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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과학이 우리 삶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1. 과학, 흔들리는 진리를 따라

by 홍종원

카페 안은 조용했고, 창밖엔 이른 가을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수현은 노트북을 덮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교수님, 요즘 주식 얘기 많이 들으시죠?
어떤 분은 과학적으로 예측 가능하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냥 운이라고 해요.
진짜 과학적으로 주가 예측이 가능한가요?"


최 교수는 웃음을 지으며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 질문,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해요.
그리고 아주 좋은 과학적 질문이기도 하죠."


수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그냥 돈 벌 수 있냐는 질문인데..."


"바로 그거예요.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합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가를 묻는 거니까요."


과학은 '정답'을 주진 않는다.
대신 질문을 제대로 던지는 법을 가르쳐준다.
주식 예측이라는 질문도 마찬가지다.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우리는 자연과 사회가 얼마나 복잡한 지부터 마주하게 된다.


카오스 이론은 알려준다.
자연 현상은 아주 사소한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
처음 조건이 조금만 달라도,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복잡계 이론은 보여준다.
수많은 요인이 얽혀 있는 시스템에서는 정확한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변수들이, 얽히고설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은 더 근본적인 통찰을 준다.
세상은 본질적으로 확률적이며, 결정론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
불확실성은 단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구조 그 자체라는 뜻이다.


이 모든 걸 종합하면,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단기적 예측은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 예측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과학은 그래서, 확신이 아니라 겸손을 가르친다.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
그 경계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과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다.


수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차트 분석이나 패턴도 의미 없다는 거예요?"


"완전히 의미 없진 않아요.
패턴은 반복되기도 해요.
다만 그 확률이 매우 낮을 뿐이죠."


"그럼 결국 아무것도 믿으면 안 되는 거네요..."


"아니죠.
믿는 게 아니라, 판단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에요.
과학은 '부자가 되게' 해주진 않지만,
적어도 망하진 않게 해 줘요."


과학을 알면, 우리는 정보를 그대로 믿지 않게 된다.
무엇이 근거 있고, 무엇이 그럴듯한 말뿐인지 구분하게 된다.


그 데이터가 어디서 왔는지,
그 수치가 반복되는 경향인지 단순한 우연인지,
지금 내가 얼마나 불확실한 조건에 놓여 있는지를
차분히 따져볼 수 있게 된다.


과학은 그래서, 정답을 주는 도구가 아니라
판단의 기준을 세워주는 방법이다.


수현은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다가 말했다.
"'일 년 안에 부자 되는 법',
'한 알이면 모든 병이 낫는 기적의 약',
'달의 중력이 마음을 조종한다는 비밀문서'.
진짜, 이런 얘기들... 너무 많아요.
근데 이게 진짜인지, 어떻게 구별하죠?"


최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과학이 더 필요한 거예요.
과학을 모르면, 그런 정보에 휘둘리게 되거든요."


요즘은 말이 너무 많다.
건강, 돈, 심리, 우주, 기적...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말들이
SNS와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쏟아진다.


그럴듯하고 자극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과학을 가장한 환상일 뿐이다.


문제는, 그게 너무 진짜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간절할수록 더 쉽게 속는다.
누군가는 믿고, 누군가는 돈을 잃고,
누군가는 건강을 망치기도 한다.


비판적 사고력이 없다면,
우리는 언제든 정보의 노예가 될 수 있다.


과학은 생존의 기술이다.
현대 사회는 정보의 홍수 속에 떠 있는 배와 같다.
과학은 그 배에 달린 나침반이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그 나침반이 더 절실해진다.


수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주식 얘기였는데...
결국엔 내가 뭘 믿고,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졌네요."


최 교수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맞아요.
우리가 던지는 많은 질문은 결국, 우리를 둘러싼 세상으로 향하죠.
과학은 결국, 인간을 둘러싼 환경과 자연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거예요."


과학은 겉으론 차가운 계산기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출발점은 언제나 따뜻한 궁금함이었다.


왜 우리는 숨을 쉬는가.
왜 저 별은 빛나는가.
왜 세상은 이토록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운가.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경외감.
나 자신을 더 알고 싶다는 본능.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


과학을 안다는 건, 결국
나를 포함한 이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는 길 위에 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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