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이가 병아리로

'나'를 위해 살겠다는 다짐, 그 시작의 기록

by 담유연


어느 날 아들이 말했다.


“아빠, 그거 알아?


알을 내가 깨면 병아리가 되고,


남이 깨면 후라이가 된대! 너무 웃기지?”


아들은 즐거운 듯 웃었지만,


그 순간, 나는 웃지 못했다.


어쩌면 그 말 속에서, 나 자신이 후라이처럼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모두는 길을 걷는다.


누구에게나 길은 있다.


어떤 길은 너무 가파라 누구도 쉽게 오르지 못하고,


어떤 길은 너무 평탄해 걷고 있는지도 모르게 흘러간다.


구불구불해 어지럽고, 가시밭 같아 발걸음이 아픈 길도 있다.


그런데 가끔은, 가시밭이라 생각했던 길이


나중에 돌아보면 꽃길이기도 하다.


나 또한 지금까지 길을 걸어왔고,


지금도 걷는 중이다.


걸으면서 나의 길이 어떠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를 수없이 고민하고 상상하며 결단해왔다.


때로는 맞았고, 때로는 틀렸다.


맞았을 땐 기뻤고, 틀렸을 땐 좌절했다.


그렇게 나는 걸음을 옮겨왔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질문이 들었다.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가?”


길이 점점 좁아지는 듯한 기분.


무언가 내 삶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대, 기준, 평가에 따라 설정된 것 같다는 감각.


이유 없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그 질문 앞에서 한동안 멈추어 섰다.







나는 오랫동안


‘인정받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살아왔다.


학창 시절엔 성적과 대학교로,


성인이 되어서는 직장과 월급으로 나를 증명하려 했다.


그것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진짜 내가 원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럴싸한 나를 만들기 위해


눈치 보고, 신중하게 행동했다.


그 신중함은


‘사랑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어 기제였다는 걸


나는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었다.







그러던 중, 책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다.


“공인인증서 같은 것이 필요한 삶이란 없잖아.


글을 쓰는 일만 해도 그래.


글을 쓰다 보니 작가가 되는 것이지.


먼저 작가가 된 다음에 글을 쓴다는 생각은 어색해.”


이 문장은 나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그동안 나는 언제나


자격을 갖춘 다음에야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 자격은 늘 ‘남’이 정한 기준에서 얻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말한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채,


묵묵히 나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가장 쉽고도 행복한 방법일 수 있다.”


삶에서 타인의 평가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이제,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해보기로 했다.


‘남’을 내려놓고,


‘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이 글은 그 다짐이고, 선언이며,


내가 인생이라는 시험지에


처음으로 ‘내 손으로 적는 한 문장’이다.







앞으로의 길이 어떨지는 모른다.


가시밭길일 수도,


꽃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길은


내가 처음으로 선택한 길이다.


조금 외롭고,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그 길이, 결국 진짜 ‘나’에게 닿는 가장 빠른 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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