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속 시도한 경험과 그 결과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즉흥적으로,
그것도 혼자 첫 해외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2025년 1월, 약 한 달 만에 나는 혼자 대만으로 떠났다. 심지어 이것은 내 생애 첫 혼자 여행이자, 혼자 가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계기는 조금 우스꽝스럽다.
워킹홀리데이를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던 차, 마침 대만에서 사 온 과자가 다 떨어졌다. 그 과자가 너무 먹고 싶었는지, 눈앞에 아른거려 매일 같이 항공권을 검색했다. 하지만 혼자 여행 가는 건 아무래도 조금 걱정되었다.
나는 주로 모바일 가격 비교 앱을 통해 항공권을 예약하는데, 어느 날 오빠가 갑자기 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달라고 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알려줬는데, 오빠는 4일 뒤에 출발하는 대만행 비행기를 내 이름으로 예약하고 나에게 통보했다.
1개월 만에, 그것도 또 대만으로 가는 여행이라 부모님께 욕먹을까 걱정되었지만, 이미 4일밖에 남지 않아 취소할 수도 없었다. 그때부터 마음을 다잡고, ‘그럼 혼자 가보자’ 하고 호텔을 급히 예약했다.
나는 계획적인 인간이라 이렇게 갑작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눈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계속 당황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극도의 당황 속에서 101 뷰가 보이는 호텔을 발견했고, 마치 신의 계시처럼 큰 할인을 받아 바로 예약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 기뻤다. 지하철 역에서 나오자마자 있는 호텔이었고, 101 뷰인데도 정말 저렴했다.
그 이후 일정을 짜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한 뒤 캐리어에 짐을 챙겼다. 어느새 벌써 출발 당일.
설레기도 하고, 혼자 가는 것이기에 약간 불안하기도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일이기에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그렇게 4박 5일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언어 교환 앱을 통해 알게 된 현지 친구들과 연락했다. 4박 5일 중 하루를 정해 밥을 먹기로 했다. 음식점 직원이 아닌, 진짜 대만 사람들과 처음으로 교류한 순간이었다. 내 중국어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들도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 서로 윈윈 하는 관계가 되었다.
대만 언니 한 명과 귀여운 여동생을 만났고,
아직까지도 우리는 연락하고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서로 작은 선물도 교환했던 기억도 난다.
나는 고작 귀여운 인형 키링과 한국 과자, 김 정도만 챙겨갔는데, 동생은 나에게 사라지지 않는 특별한 선물을 줬다. 편지와 대만에 딱 하나 남아 있는 활자 도장집에서 내 이름을 새겨서 선물한 것.
편지에도 “우리가 만난 지 몇 달 안 되었지만, 예전부터 알던 것처럼 편하고 좋다”라고 적혀 있었다.
한글도 너무 예쁘게 잘 썼고, 썼다 고친 흔적까지 한자 한자 얼마나 정성 들여 썼는지, 동생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이 너무 따뜻해서, 평소엔 MBTI 극 T인간이라고 불리는 나조차도 조금 울컥했던 순간이다.
솔직히 처음 만나기 전까지는 매우 걱정됐다.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들을 오프라인에서, 그것도 혼자 만난다니 두려웠다. 하지만 시도해보고 싶었다.
대만이라는 곳은 나에게 설렘을 주면서도, 제2의 고향처럼 편안한 곳이기 때문이다.
언어 장벽이 있었지만, 직접 만나보니 오히려 편안함을 주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정말 마치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렸던 것 같다.
혼자 여행하는 것이 걱정되었지만, 공항에서도 별 문제없었고, 여행하고 밥을 먹는 것도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다만, 매번 함께 여행하던 습관과 달라 조금 외롭기도 했다. 하지만 4박 5일 동안, 한국 생각은 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니, 마치 대만의 한 청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확신이 생겼다.
대만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꼭 와야겠다는 마음.
나이 제한이 있기 전에 꼭 해봐야 할 것 같았다.
정말, 대만으로 워홀을 안 오면 미래에 반드시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행 중에는 유명한 관광지를 돌기도 하고, 조금 덜 알려진 로컬 관광지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이번에는 타이베이에서 조금 덜 알려진 곳을 혼자 찾아가고, 근교인 지룽(基隆)까지 다녀오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나만의 120시간이 흘렀다.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던 시간,
낯선 곳에서 스스로를 마주하며 배우고 성장한 시간.
이 여행은 내게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삶의 용기와 확신을 남긴 시간이었다.
무엇을 고민하고 있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혼자 떠나보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정말 큰 힘이 된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든 청춘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