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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을 마지막으로, 올해 대만 여행은 그만

by 대미녀

1월 혼자 여행 후, 다시 대만으로

1월에 혼자 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올해 대만 여행은 정말 마지막일 줄 알았다. 그런데 오빠도 나 때문에 대만에 중독된 건지, 오빠 생일에 맞춰 휴가를 쓰고 타이베이로 향했다.


우리는 닝샤 야시장 근처에 호텔을 잡고, 관광지 대신 가고 싶은 곳을 지도에 표시하고, 먹고 싶은 것들을 리스트업 했다. 돈을 버는 이유 중 하나가 ‘잘 먹기’라고 생각하는 우리는 하루에 다섯 끼 정도를 먹으며, 대만을 즐겼다.


아침자오찬디엔(대만의 아침식당)에서 딴빙, 루보까오, 차오미엔, 판투안, 싼밍쯔 등으로 해결하고, 점심발길 닿는 곳에서, 그리고 또 디저트나 음료도 먹고, 저녁야시장에서 대만 로컬 푸드를 즐겼다. 하루 만에 얼굴이 퉁퉁 부어 체감상 3kg 정도 찐 것 같았지만, 하루 평균 2만 보 이상 걸었다며 위안을 삼았다...


이번 여행도 4박 5일간의 일정이었는데, 먹을 것이 어쩜 그렇게 많은지. 입과 배가 하나인 게 아쉬웠다.


새벽 판투안 모험

비 오는 새벽, 오빠가 아직 자고 있을 때 나는 혼자 아침을 사러 나섰다.

유바이크(대만 공유 자전거)를 타고 우비를 입고 거리를 누비며 판투안(대만 주먹밥)을 사러 갔다.

어르신 부부가 운영하는 주먹밥 집에서 주문했는데, 아주머니께서 내가 홍콩사람인줄 아셨나 보다.


주인아주머니 : 니 씨앙 마이 션머

(你想買什麽 / 뭘 주문하고 싶어?)


나 : 워 씨앙 야오 이그어 로쏭 판투안, 하이요 이그어 웨이위 판투안. 쫑공 지우스우콰이 뚜에이마?

(我想要一個肉鬆飯糰還有一個鮪魚飯糰。總共95塊對嗎? / 로송 주먹밥 1개랑요, 참치 주먹밥 1개요. 총 95위안 맞죠?)


주인아주머니 : 뚜에이, 에이 샤오지에, 니 스 총 씨앙강 라이 더 마? 니 스 씨앙강런마?

(對,欸~小姐。 你是從香港來的嗎? 你是香港人嗎 / 맞아요. 아가씨, 홍콩에서 왔어요? 홍콩 사람이에요?)


나 : 부스 x2, 워 스 한궈런

(不是 我是韓國人 / 아니요 x2, 저는 한국인이에요)


홍콩에서 온 아가씨로 오해받았던 순간과 혼자서 빗속을 달려가 주문한 기억들이 지금 생각해도 웃프다. 주먹밥을 포장해 돌아오는 길, 비와 바람을 뚫고 달리며 느낀 기분과 습도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호텔로 돌아가니 오빠는 이미 일어나 있었다. 실컷 먹고 자서 그런지 얼굴이 대만 오기 전 1.5배 부은 상태였다. 한 10kg 찌면 이렇게 될 것 같아서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요우띠아오가 들어있는 대만식 주먹밥은 고소하고 맛있었다. 하지만 오빠는 주먹밥도 맛있지만 역시 루보가오와 딴삥 그리고 대만식 샌드위치가 더 맛있다고 했다.



대만 아침 메뉴 추천



훠궈집 재방문 그리고 첫 취두부 도전기

1월에 대만 동생과 갔던 훠궈집을 오빠와 다시 방문했다. 평일이라 가게에 손님이 없어서, 여유롭게 훠궈를 즐길 수 있었다. 또 먹어도 맛있는 훠궈!!!


우리는 훠궈를 맛있게 먹고 있을때, 직원이 웃으면서 다가왔다. 그러면서 한국인이냐며 취두부를 맛보라 했다. 나는 거부했지만, 결국 접시에 듬뿍 담긴 취두부 그리고 오리선지까지 받았다.


취두부는 태어나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강렬한 맛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먹을 만했지만, 입으로 공기가 들어갈수록 특유의 농축된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지만, 새로운 맛에 도전하는 기분은 신선했고, 나중에 또 기회가 된다면 재도전하고싶다.


오리 선지는 탱글탱글하고 질기면서도 특유 향이 없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한국 선지보다 더 쫄깃하고 탱글한 느낌이랄까? 마라훠궈에 넣어먹으면 정말 맛있으니, 선지를 좋아한다면 꼭 먹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현지인처럼 즐긴 4박 5일


이번 4박 5일 여행은 1월달 혼자 여행과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관광지보다 자전거를 타고 따다오청을 달리고, 송산 공항 근처에서 비행기 이착륙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는 등, 여행객이 아닌 잠깐 현지에 사는 사람처럼 즐겨보았다.


2024년 12월, 2025년 1월, 그리고 이번 4월까지...


올해는 국내 여행보다 대만을 더 많이 즐긴 느낌이다.

단기간 반복 방문했지만 질리기는커녕 매번 새롭고, 오히려 워킹홀리데이를 빨리 시작하고 싶은 마음만 커졌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또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대만에서 보내는 시간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나를 시험하고 성장하게 하는 순간임을.


이 여행을 마지막으로, 1개월 뒤 나는 마침내 대만으로 와 기다리고 기다리던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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