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인데, 자기 자신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정말 그만두기 전에, 한 번만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무급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지 6개월이 지났을 때, 나는 또다시 퇴사를 고민하게 되었다. 심리상담도 받고, 정신과 치료도 받고, 업무 로테이션도 하고, 휴직까지 했는데도 여전히 이 일이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 남편과 술 한잔하며 직장의 힘듦을 이야기하다 남편의 한마디가 내 생각을 바꾸게 했다.
"정은아, 너는 이 일을 할 때 엄청나게 즐거워했어"
남편의 말에 잠시 말을 이어 나가지 못했다.
내가 그랬구나. 돈이 중요하지 않았지. 그래, 나는 그저 이일을 너무 좋아했었지.
갑작스러운 할머니의 사망으로 자연스럽게 부모님은 변화된 환경에 가정을 이끌어가기에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셨고, 나는 그렇게 초등학교 5학년부터 돌봄을 받지 못하고 알아서 잘 성장해 왔다.
그런데 거기까지 했으면 될 일을, 할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동안 '잘하니 못하니' 하는 평가를 듣거나, 명절에 혼자 음식을 하느라 엄마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마음이 좁아서 그런지 참고 지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내가 부모님을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가 부모님에게 안 좋은 말을 하거나 느낌이 보일 때, 나는 어른들에게 맹렬한 논리를 들어 따지고 들곤 했다.
심리 상담에서 찾은 답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상담사가 알려주셨다. 그런 부모님 아래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자녀가 부모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를 보고 배웠고, 그 태도가 지역사회에서 선입견 없이 아무리 나쁜 사람이더라도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는 것으로 발현된다고 말이다.
그렇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 그리고 사람답게 임종을 맞이하지 못한 수많은 어르신의 얼굴을 보며 힘들어하는 이유.
나는 내가 일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직장을 왜 이렇게 다니려 할까? 다른 복지관에 가더라도 어차피 시스템은 비슷할 텐데 말이다. 그래서 진지하게 다시 고민해봤다. 나는 이곳이 왜 이렇게 좋을까에 대해서 말이다.
존경하는 리더들이 있다
첫 번째는 우리 직장에는 내가 존경하는 두 분의 리더가 있다. 바로 관장님과 부장님인데, 관장님은 경력이 30년이 넘는 베테랑 사회복지사이지만, 현장 실무에서 전혀 동떨어지지 않는 슈퍼비전을 주시고, 나의 자아실현을 진심으로 응원해주신다.
부장님은 내가 입사했을 때 나의 복지서비스 팀장님이셨다.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완벽주의인 나를, 지금의 나로 성장시키신 분이다. 틀에 박힌 대로 매뉴얼대로 하던 일의 습관을, 질문 하나로 산산조각을 내기도 하고, 생각하게 하셨다.
직장에서 두 분의 리더는 나의 성장을, 그리고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해주신다. 나는 그래서 이 직장에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회복지 현장은 어느 리더를 만나냐에 따라 성장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훌륭한 리더 두 분이 계신 이곳에서, 내가 그만둘 이유는 없었다.
퇴사하려면 나는 이 직장이 싫어야 한다. 이 직장에 더 이상 기대하는 바가 없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퇴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복지와 관련된 일, 계속하고 싶었다.
직장은 아무런 죄가 없었다. 직장은 내가 입사할 때와 같이 여전히 그대로였다. 단지 내가 지쳐있었다.
퇴사하지 않기로 했다. 결론은 나는 이 업무가 힘들 뿐, 이 직장이 싫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무 로테이션을 신청했고, 나는 이 직장에 여전히 남아있다.
대학병원 5년 차, 그리고 복지관 8년 차, 총 13년의 직장 생활하다 보니 하루하루를 버티는 삶에서, 내 인생을 길게 보고 나는 지금 잘살고 있는지를 점검하게 된다.
하루 대부분을 직장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이 시간이 그저 버티는 삶으로 끝나버린다면, 나는 그것이 참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8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음과 같은 성장을 경험했다:
전문성의 확장
간호사에서 시작해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
보건의료와 사회복지의 융합적 시각 확보
사례관리에서 위기개입까지 다양한 실무 경험
사회적 영향력
간호사 커뮤니티에서의 멘토링 역할
대학교 특강 및 정책 제안 활동
복지 종사자 교육 프로그램 진행
개인적 성찰
번아웃 극복과 회복 경험
자신만의 일하는 방식과 철학 정립
지속가능한 커리어 로드맵 구축
퇴사를 고민하는 모든 동료들에게 이 4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 질문 1: 내가 이 일을 왜 하는가?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더 깊은 의미와 가치가 있는가?
그 이유가 지금도 유효한가?
❓ 질문 2: 이 직장을 다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조직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이 있는가?
나를 성장시켜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다른 곳으로 가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까?
❓ 질문 3: 이 직장이 싫은가 / 이 업무가 싫은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했는가?
일시적인 어려움인가, 근본적인 부적합인가?
해결 가능한 문제인가, 피해야 할 문제인가?
❓ 질문 4: 나는 이 업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가?
현재의 경험이 미래에 어떤 자산이 될까?
5년 후 10년 후의 내 모습이 기대되는가?
이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가?
이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직하게 자신에게 답하는 것이다.
만약 네 질문 모두에 부정적인 답이 나온다면, 과감히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하나라도 긍정적인 답이 있다면, 그것을 붙잡고 조금 더 버텨볼 만하다.
나의 경우, 네 번째 질문에서 명확한 답을 찾았다. 이 일을 통해 나는 분명 성장하고 있었고, 그 성장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있었다.
퇴사는 때로 용기 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그 선택이 도피가 아닌 새로운 도전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도전은 충분한 고민과 준비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나는 결국 남기로 했다. 다시 한번 이 길에서, 간호복지사로서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기로 했다.
내가 복지관에 남기로 한 진짜 이유:
나를 성장시켜주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내가 만들 수 있는 변화가 남아있다
무엇보다, 나는 아직 이 일을 사랑한다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답해보자.
� 1단계: 현재 상황 진단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 □ 업무 과부하 □ 인간관계 갈등 □ 급여/처우 불만 □ 성장 기회 부족 □ 가치관 충돌 □ 신체적/정신적 소진 □ 기타: ____________
가장 큰 문제 3가지:
� 2단계: 해결 가능성 탐색
현재 직장에서 해결 가능한 문제:
반드시 이직해야만 해결되는 문제:
� 3단계: 미래 비전 설정
5년 후 내가 되고 싶은 모습:
현재 업무가 그 목표에 기여하는 정도: ____ / 10점
� 4단계: 최종 결정
□ 현재 직장에서 계속 성장 추구 □ 업무 조정/로테이션 요청
□ 이직 준비 시작 □ 추가 시간을 두고 관찰
� 다음 화 예고 퇴사를 고민했지만 결국 남기로 한 김정은. 이제 그녀는 진짜 자신만의 길을 찾았다. 마지막회에서는 간호복지사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후배들을 위한 길잡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여러분도 직장을 떠날지 말지 고민해본 경험이 있나요? 그때 어떤 질문들이 도움이 되었는지 댓글로 나눠주세요.
・이 이야기는 매일 연재됩니다
《나는 이름 없는 일을 합니다》는 병원 밖 삶을 고민하며
간호와 복지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온 실천자의 기록입니다.
・일상 이야기와 활동 후기는 블로그에 종종 남기고 있어요
https://blog.naver.com/ju8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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