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과거의 나, 현재의 딸, 현재의 내 모습

by silver string

첫째가 다니는 영어학원에서

영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줬다.

며칠 전부터 첫째 아이가 긴장하며

나와 수십 번을 연습하고 영어 노래를

발표하는 바로 그 모습.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같은 반 친구들과 한 구절씩 돌아가면서

부르는 노래의 딸아이의 차례가 왔을 때

우리 딸의 목소리는

듣기 어려웠다..

립싱크를 하는듯한 조그만 목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왔다.


평소 발표하기를 어려워하는 첫째 딸의 특성상

예상했던 모습이었지만

용기를 불어넣어 주며 나와했던

그동안 연습의 결과가 조금 아쉬웠을 뿐

첫째 딸에게 미소를 지어줄 수밖에 없었다.


날 닮은 너를 보는 내 모습.

어떠한 모습도 사랑해 줄 수 있기에^^


누구보다도 첫째 딸은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많이 닮았다.

발표에 대한 두려움 누군가에 앞에서

말을 해야 된다는 그 압박감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 잘 안다.


초등학교 시절 나도 영어학원을 다녔다

매일 학원에서 어제 뭐 했니? 주말에 뭐 했니?

영어선생님이 매번 물어보면

어제 딱히 한 게 없는데

주말도 딱히 기억나는 게 없는데

우물쭈물거리던 나에게 돌아온 건

선생님의 한숨..ㅎㅎ


성인이 되어서 대학교 때도

영어회화 학원을 다녔다

역시나 어제 뭐 했니 주말에 뭐 했니

똑같은 질문들..

어제 집에서 그냥 있었는데...

뭘 말하라는 거지??? 사람들은 어쩜 저렇게

다양한 일들이 있었지??? 난 똑같은데...

신기했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김영철이라는 개그맨이

영어공부를 할 때 나와 같은 고민을 했다고

얘기하면서 말을 하던 게 맘에 와닿았다.


꼭 사실일 필요는 없다고

그저 내가 어제

뭘 했는지 상상하며 얘기하며 된다고....

난 영어를 연습하는 거지 그게 꼭 사실일 필요는

없다는 그 사실에 흠칫 놀랐다.


내가 본질을 뒤로하고 있었다는 것.

영어학원은 영어를 연습하러 다니는 거지

내 삶을 공유하러 다니는 게 아니라는 것.


우리 첫째 딸도 발표의 대한 두려움과

압박감이 아닌 그저 내가 생각하는 얘기를

남들 앞에 털어놓는 거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본질은 그저 내 얘기를 한다는 것.

내가 발표하는 것에 정답은 없다는 것.

그것을 깨달으면

발표가 좀 더 쉽게 느껴질 수 있을 텐데..라는

내 생각^^


와이프가 며칠 전 내게 이런 얘기를 했다.

밤마다 내가 아이들에게 옛날 얘기를 해주는데

자기는 어렸을 적 에피소드들이 없어서

아이들이 내가 없을 때 와이프한테 옛날 얘기를

해달라고 하는 게 부담감으로 돌아온다고.


그런 와이프한테 얘기해 주고 싶다.

옛날 얘기의 본질은..

정말 나의 어릴 적 얘기가 아닌

엄마가 해주는 얘기라는 것.

옛날얘기가 어제의 얘기일 수도 있고

오늘의 얘기일 수도 있는

그저 엄마입에서 나오는 얘기라는 것.


나와의 첫 만남 얘기..

첫째 아이가 뒷좌석에서 갑자기 '곰 세 마리' 를

흥얼거리며 말을 하던 얘기..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고등학교를 간 얘기..

홍콩에서 문들 들어간 아이스크림집이

알고 보니 엄청 유명한 아이스크림 집이라는..


사람들은 발표를 두려워한다.

뭔가 멋있는 말을 해야 될 거 같고

내가 하는 얘기가

큰 재미가 있고 흥미 있는 얘기여야지만

발표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잡혀 쉽게 발표하기를 꺼려한다.


하지만 본질은 말하기다.

그냥 하면 된다.

JUST DO IT....


내 생각을 그냥 말할 뿐..


우리 아이의 생각이 점점 자라

마음도 함께 자라 두려움이 조금 사라지길

기도해 본다.


그 어릴 적 내 모습이 많은 변화를 겪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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