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걸음이 느린 아이, 함께 가자.

by silver string

추운 겨울이 가고 늘 그랬듯이

꽃피는 봄이 오면서


축복받은 날씨를 그냥 흘러 보내기 너무 아까워

이 평온한 날들을 소중히 여기기 위해


우리 부부는 러닝열풍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 혼자 하던 러닝의 외로움이 찾아와

내 반쪽 그녀를 추가했다.


어느 순간 집을 나와 반강제로 끌려 나온 그녀는

서늘한 밤공기와

상쾌한 봄의 햇살의 잔향이 공존하는 거리를

나와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평생 딱히 운동을 해보지 않은 그녀는

뛰다 걷다 뛰다 걷다

걷는 수준의 러닝으로

목표치인 4km를 완주하였다.


하루 그리고 이틀 일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와이프는 숨을 헐떡거리며 온 힘을 다해 4km를

쉬지 않고 달리는

정말 기대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엄마는 위대한가? ㅎㅎ


그 옆을 그녀와 같은 페이스로 달리는 나.

숨을 헐떡이는 그녀와

옆에서 '좀 더 빨리 좀 더 빨리'를 외치며

그녀를 재촉하는 나.


4km 완주가 끝난 뒤 땀에 흠뻑 젖은 그녀와

그녀의 페이스를 맞추느라

천천히 산책처럼 뛰어 숨이 차오르지 않는 나.


그런 그녀의 휴식 요청으로

어제는 나 홀로 힘차게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숨을 헐떡이는 내 모습

그리고 마음속에서 좀 더 빨리를 외치며

힘든 나를 재촉하는 내 마음.


그녀와 천천히 달릴 때 눈에 들어오던

달빛의 비친 오묘한 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뭉크의 절규 그림 마냥

꾸불꾸불 흔들려 보이기 시작했다.


아.. 힘들다.


혼자서 러닝을 마친 나의 모습은

얼마 전 러닝을 마치고

땀의 흠뻑 젖어 숨을 헐떡이는

그녀의 모습과 똑같았다.


아.... 전력을 다해 뛰는 그녀에게

내가 좀 더 내 기대치에 맞춰 너무 재촉했었나?

순간 입가의 웃음과 미묘한 감정의 교차.


우리 사랑하는 두 딸아이

인생이라는 거리를 먼저 달리기 시작한

엄마와 아빠.


전력을 다해 달리는 두 딸아이에게

부모라는 타이틀을 단 러닝 선수인 우리가

이제 인생이라는 거리를

달리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빨리 달리라고 너무 재촉하지 않았나.


그래서 너무 지치고 힘든데

엄마 아빠와 멀어지는 거리를 좁히고 싶어

가쁜 숨을 뒤로하고

거리의 멋진 풍경을 즐기지 못하고

눈물로 앞만 보고 우리의 뒷모습을 따라

달리고 있지 않았을까.


걸음이 느린 아이들과 함께


주위의 봄꽃과 풀향기를 맡으며

손잡고 함께 꾸준히 이야기 나누며

인생을 달리다 보면


혹 다른 누구보다 우리의 목적지의

늦게 도착하더라도

함께 한 그 길의 추억은

누구보다 더 길고 소중하겠지 ^^


우리 함께 가자.

외롭지 않게 손잡고

이 길이 무슨 길이든

지금 내 숨이 차오르더라도

옆에서 함께 발맞춰 뛰면

그리고 되돌아보면

우리의 발걸음은 추억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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