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다니는 영어학원에서
영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줬다.
며칠 전부터 첫째 아이가 긴장하며
나와 수십 번을 연습하고 영어 노래를
발표하는 바로 그 모습.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같은 반 친구들과 한 구절씩 돌아가면서
부르는 노래의 딸아이의 차례가 왔을 때
우리 딸의 목소리는
듣기 어려웠다..
립싱크를 하는듯한 조그만 목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왔다.
평소 발표하기를 어려워하는 첫째 딸의 특성상
예상했던 모습이었지만
용기를 불어넣어 주며 나와했던
그동안 연습의 결과가 조금 아쉬웠을 뿐
첫째 딸에게 미소를 지어줄 수밖에 없었다.
날 닮은 너를 보는 내 모습.
어떠한 모습도 사랑해 줄 수 있기에^^
누구보다도 첫째 딸은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많이 닮았다.
발표에 대한 두려움 누군가에 앞에서
말을 해야 된다는 그 압박감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 잘 안다.
초등학교 시절 나도 영어학원을 다녔다
매일 학원에서 어제 뭐 했니? 주말에 뭐 했니?
영어선생님이 매번 물어보면
어제 딱히 한 게 없는데
주말도 딱히 기억나는 게 없는데
우물쭈물거리던 나에게 돌아온 건
선생님의 한숨..ㅎㅎ
성인이 되어서 대학교 때도
영어회화 학원을 다녔다
역시나 어제 뭐 했니 주말에 뭐 했니
똑같은 질문들..
어제 집에서 그냥 있었는데...
뭘 말하라는 거지??? 사람들은 어쩜 저렇게
다양한 일들이 있었지??? 난 똑같은데...
신기했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김영철이라는 개그맨이
영어공부를 할 때 나와 같은 고민을 했다고
얘기하면서 말을 하던 게 맘에 와닿았다.
꼭 사실일 필요는 없다고
그저 내가 어제
뭘 했는지 상상하며 얘기하며 된다고....
난 영어를 연습하는 거지 그게 꼭 사실일 필요는
없다는 그 사실에 흠칫 놀랐다.
내가 본질을 뒤로하고 있었다는 것.
영어학원은 영어를 연습하러 다니는 거지
내 삶을 공유하러 다니는 게 아니라는 것.
우리 첫째 딸도 발표의 대한 두려움과
압박감이 아닌 그저 내가 생각하는 얘기를
남들 앞에 털어놓는 거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본질은 그저 내 얘기를 한다는 것.
내가 발표하는 것에 정답은 없다는 것.
그것을 깨달으면
발표가 좀 더 쉽게 느껴질 수 있을 텐데..라는
내 생각^^
와이프가 며칠 전 내게 이런 얘기를 했다.
밤마다 내가 아이들에게 옛날 얘기를 해주는데
자기는 어렸을 적 에피소드들이 없어서
아이들이 내가 없을 때 와이프한테 옛날 얘기를
해달라고 하는 게 부담감으로 돌아온다고.
그런 와이프한테 얘기해 주고 싶다.
옛날 얘기의 본질은..
정말 나의 어릴 적 얘기가 아닌
엄마가 해주는 얘기라는 것.
옛날얘기가 어제의 얘기일 수도 있고
오늘의 얘기일 수도 있는
그저 엄마입에서 나오는 얘기라는 것.
나와의 첫 만남 얘기..
첫째 아이가 뒷좌석에서 갑자기 '곰 세 마리' 를
흥얼거리며 말을 하던 얘기..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고등학교를 간 얘기..
홍콩에서 문들 들어간 아이스크림집이
알고 보니 엄청 유명한 아이스크림 집이라는..
사람들은 발표를 두려워한다.
뭔가 멋있는 말을 해야 될 거 같고
내가 하는 얘기가
큰 재미가 있고 흥미 있는 얘기여야지만
발표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잡혀 쉽게 발표하기를 꺼려한다.
하지만 본질은 말하기다.
그냥 하면 된다.
JUST DO IT....
내 생각을 그냥 말할 뿐..
우리 아이의 생각이 점점 자라
마음도 함께 자라 두려움이 조금 사라지길
기도해 본다.
그 어릴 적 내 모습이 많은 변화를 겪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