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by silver string

매일 같은 장면.

늘 지속되어온 일상 속 장면이지만

어느 순간 그 모습이 새롭게 느껴지고

마음속에 와닿을 때가 때가 있다.


일요일 아침

첫째 딸의 기상루틴은 학습지 풀기, 책 읽기.

아침 출근을 위해 거실에 나왔을 때

첫째 딸아이는

늘 그래왔듯이 거실 식탁에 앉아

학습지를 풀고 있었다.


주말이라 엄마도 자고 있고

동생도 늦잠을 자고 있는데

이른 아침 혼자 묵묵히 스스로 문제를 푸는

그 모습이.

오늘따라 왜 그렇게 기특하게 느껴지는지.

나도 모르게 지갑에 있던

5천 원을 첫째에게 용돈이라고 주었다.


아직 잠이 덜 깨 보이는 표정에서

용돈을 받자마자 뽀얀 미소가 피어올랐다.


"쉿!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나중에 동생한테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사고 싶은 거 사"

"동생한테는 비밀. 알지?^^"


미소와 함께 끄덕이는 고갯짓으로

첫째는 아빠와의 비밀협정을 완료했다.


늘 첫째, 둘째 공평하게. 똑같이. 항상.

불공평에서 오는 불만을 최소화하고자

늘 똑같이 해주려고

그런 집안 환경에서 똑같이 받아온 용돈.


그런데 혼자만의 비밀용돈~!!!

그 짜릿함은 아마 하늘을 찌를 거라 생각한다.


잠시 외출 후 집에 다시 돌아왔을 때

이번에는 둘째의 성숙한 모습이

돋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 마스터한 젓가락질과

묵묵히 천천히 포기하지 않고

앉아서 먹는 점심식사.

그리고 늘 그래왔듯이 다 먹고

설거지통에 자기 식기를 넣어놓는 예쁜 모습.


이번에는 둘째에게 용돈을 주기 위해

지갑 속에서 천 원짜리를 하나 꺼냈다.


바르고 예쁜 행동에 따른

아빠가 주는 특별 보너스라고

설명을 하고 둘째에게 용돈을 주었다.


사실 비밀로 주려고 한 용돈은 아니었다.

그런데..

둘째에게 용돈을 주려던 찰나

마침 첫째가 방으로 들어갔고


둘째 아이는 본인만 받은 용돈에

어깨가 으쓱했고,

언니가 받지 못한 용돈에

언니 심기가 불편해질까 의식했는지


엉덩이 뒤에 용돈을 숨기고

아주 어색한 꽃게걸음으로

누가 봐도 뒤에 뭘 숨기고 있는 듯한 걸음으로

언니가 있는 방,

바로 그곳에 있는

용돈지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첫째는 다 지켜봤는지.

"다 아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ㅎㅎ"

둘째 모습의 큰 웃음을 지으며

배꼽을 잡기 시작했다.


첫째, 둘째, 아빠, 엄마에게 그 모습은

그저 너무 웃긴 상황에 모두 다 배꼽이 떨어지랴

깔깔깔 웃고 말았다.


평소 같으면 첫째가 "왜 나는 용돈 안 줘!!!"라고

말했을 텐데.

이미 자기는 더 많은 용돈을 받아서 그런지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웃음이 나왔나 보다.


불공평에서 오는 평화일까?!

충족감에서 오는 평화일까?!


늘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 모두

공평하게 해주려고 하지만

둘 다 다른 아이이고...

좋아하는 음식과 먹는 양이 다 다르듯이.

아이들이 원하는 것들과

부모의 사랑의 충족감이 다 다를 터인데.

너무 공평하게 똑같이 해주려고만 한 게 아닌가.


때로는 비공식적인 사랑과

수요의 따른 사랑을 가득가득 자녀들에게

주입해 줘서

울음이 아닌 웃음이

한가득하게 만들어 줘야겠다.


'어른들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마음의 여유와 타인을 위한 배려는

본인의 욕구가 먼저 충족되어야 더 쉽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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