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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두 계절을 품고, 사계절을 산다.

두 사랑이 모여, 서로 다른 두 계절을 키운다.

by 감차즈맘 서이윤

사랑은 세대를 거슬러 흐른다.

나는 오늘, 아이들에게서 다시 사랑을 배우고 있다.

아이였던 나와 엄마인 나를 함께 살아내는 일.

그것이 내가 배운 '진짜 성장'의 이름이다.


나는 종종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두 개의 계절을 살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부모에게서 배운 사랑이, 내 안에서 계절이 되어,

다시 아이들에게 흘러간다.


무더위에 휴가처럼 기다려지는 아들.

그리고 겨울의 눈처럼 고요하지만 내리면 아름다운 딸.


봄날의 햇살 같은 아빠의 사랑과

가을의 수확을 준비하는 책임감 많은 엄마.


나는 그렇게 두 계절을 오가며,

내 안의 또 다른 두 계절을 품고 살아왔다.


사계절을 다 볼 수 있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때때로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는 계절들 앞에서는

가끔은 버겁고 힘들기도 했다.


사랑은 더 다가가려 하고,

책임감은 물러설 수 없다고 말한다.

그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나는 늘 긴장하며 아이를 키웠다.


사랑이 이긴 날엔 아이의 웃음을 보았고,

책임이 이긴 날엔 밤마다 마음 한편이 불편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아빠는 나를 웃게 했고,

엄마는 나를 바로 세웠다.


아빠는 인생이 짧다며 행복하게 웃으며 살라고 했고 ,

엄마는 묵묵히 무겁게 견디라고 했다.


나는 그 두 사람을 품은 채 자라났다.

아빠에게서 넘치는 사랑을,

엄마에게서 무거운 책임을 배웠다.


그래서 나는 포근해지고 싶었고,

또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도 살고 싶었다.


이제는 안다.

그 엄마의 뒷모습이 내 그림자가 되어

내 삶을 떠받치고 있음을.


어렸을 때의 엄마와 내가 다른 게 있다면,

나는 딸에게도, 아들에게도

"엄마를 사랑하라"라고 말한다.


때로는 독재자처럼,

때로는 아이처럼 굴면서

엄마인 나도 사랑받고 싶다고 솔직히 말한다


아이들은 그런 나를 보며

"엄마, 아기 같아" 하고 웃기도 하고,

어쩔 때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젓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말한다.

"너희 할아버지의 사랑,

할머니의 사랑이 너무 커서

엄마가 다 채울 수가 없어

그러니까 너희가 책임감을 가지고

엄마를 더 사랑해야 돼."


이렇게 사랑을 솔직히 말하고,

대놓고 갈구하고,

때로는 철없는 듯 사랑을 내놓으라 할 수 있는 건

아마도 내가 엄마와 아빠에게

서로 다른 넘치는 사랑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 적의 나는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풋사과 같았다면,

지금의 나는

비를 맞고, 햇빛을 쬐며

서서히 익어가는 감나무 같다.


연어가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듯

이제는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주었던 사랑을 다시 내놓으라'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한때는 '아이'였던 내가,

이제는 '엄마'로서

두 분의 사랑을 품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살아간다.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

참다운 어른이 되기 위해

나는 여전히 자라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오늘,

나를 키운 두 분께 말하고 싶다.


"아빠, 당신의 사랑은 여전히 나를 키우고 있어요.

엄마, 당신의 사랑은 여전히 나를 지탱해주고 있어요."


그래서 나는 오늘도,

두계절을 품고, 사계절을 산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아이였던 나와, 엄마인 나를

함께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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