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빨간 빛에 스며든 달의 세계 (2)
#2 [붉은 파동]
시간은 흘러가는 듯했지만, 동시에 모든 장면이 한 프레임처럼 얼어붙어 있었다.
차의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스치는 소리, 바람에 흩날리는 커피 찌꺼기, 린하의 아들이 내는 발소리까지.
그 미세한 소리들이 하나하나 하빈의 신경을 파고들었다.
하빈의 몸이 이상했다.
분명 현실인데, 현실 같지가 않았다.
세상이 얼어붙은 듯, 동시에 빙글빙글 돌아 눈을 뗄 수 없었다. 시선은 초점을 잃고 겹겹이 흔들리며, 사람들의 눈빛이 자신을 향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시선은 얼음처럼 차갑고, 아무런 온기도 없었다.
“…나… 괜찮은 걸까?”
속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아무래도… 나 이상한 것 같아… 근데, 이상한 건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
그리고 어느 순간, 하빈은 사람들의 얼굴과 몸이 하나둘씩 빨간 컵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발자국, 흔들리는 어깨, 손에 쥔 것까지
모든 것이 똑같은 빨간 컵으로 겹쳐보이는 것이다.
세상이 밀고, 뒤틀리고, 발자국이 따라오는 가운데, 하빈은 마지막으로 눈을 깜빡였다
“그런데 나 계속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어지러워……..“
순간, 모든 것이 빨간 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빛과 소리, 몸과 마음이 하나로 합쳐지며, 현실과 환각의 경계는 완전히 사라졌다.
하빈도 사라졌다. 더 이상 현실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여인의 손에 든 빨간 컵 속, 새로운 세계 속에서만 존재했다.
컵 안의 고요한 빨간 액체 속에서, 하빈의 새로운 삶이 조용히 시작되었다.
본 작품 《빨간 커피를 마시는 여인》은 저자:채유달의 창작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제·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