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롤로그:빨간 머그컵과 창가의 여인

by 윤주MAYOOZE
프롤로그 [빨간 머그컵과 창가의 여인]


출근길, 늘 무심히 스쳐 지나던 카페가

오늘은 왠지 낯설게 다가왔다.

아침 햇살이 유리창에 부딪혀 반짝이며,

고소한 커피 향에 스며드는 순간

하빈은 그녀를 보았다.

창가 자리, 빨간 머그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여인. 머리카락 사이로 흘러든 빛줄기가 그녀의 얼굴 곡선을 따라 은은하게 퍼졌다.


그녀는 말없이 커피를 들이켰다.

느릿하게,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더듬는 듯.

하빈은 한 걸음 뒤에서 숨을 죽이고

그녀를 응시했다.

사람들은 분주히 오가지만, 그녀만은 마치 다른 세상에 발을 디딘 듯 고요했다.

하빈의 시선은 손에 쥔 빨간 컵에 머물렀다.

커피의 어둠이 아니라, 컵의 붉은 빛이 묘하게 마음을 흔들었다.


‘왜 하필 저런 색일까…?’

의문이 하빈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녀가 잠시 눈길을 돌린 순간, 하빈은 설명하기 힘든 감각에 사로잡혔다.

마치 오래 기다려온 사람을 마주한 듯한 기시감.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동시에 깊은 슬픔으로 젖어 있었다.

그 속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상실감이, 고요히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가 왜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빨간 머그컵을 들고 있는지

하빈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느꼈다.

오늘을 기점으로, 그의 일상은 결코 어제와 같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1부:빨간 빛에 스며든 달의 세계

2부:달빛에 비추는 붉은 노을

3부:빨간 커피를 마시는 여인

본 작품 《빨간 커피를 마시는 여인》은 저자 채유달의 창작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제·배포를 금합니다.©️

keyword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