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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초벌 하여 구워낸 빵처럼

제과제빵사의 사회생활 이야기

by 이예린

냉동이 가능한 빵은 1차적으로 모양을 잡아서

초벌을 한 뒤 잘 포장하여 냉동보관한다.


그러고 그 제품이 나가야 할 때

다시 설탕을 덮거나

크림을 올려 한 번 더 구워내어 완제품을 완성한다.


냉동에 둔 초벌 한 빵들은

맛도 완제품보다 떨어지고

모양도 울퉁불퉁하다.


그래도 다시 손을 거쳐 구워내면

금세 맛있는 빵으로 극복해 낸다.


우울증을 겪은 루시는 마치 초벌 한 빵과 같았다.


볼품없고 맛도 없는 그런 빵.


하지만 본인을 다시 일으키고

맛있는 설탕과 크림을 억지로 몸 위에 올렸다.


본인을 다시 이해하고

본인을 다시 가꾸고

본인을 다시 키웠다.


금방 변화가 있진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루시의 모습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사회는 서로를 가꾸어주진 않는다.


작은 조언과 응원만이 오갈 뿐

본인을 가꾸고 성장시키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본인을 우울로 밀어붙이고 비난하면

본인의 성장은 딱 거기까지가 된다.


그래도 괜찮다며,

그래도 잘했다며,

본인이 본인을 이해하고 응원해야

비로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다시 구워낸 빵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누구든.


조금만 더 힘을 내자.

한 발짝이라도.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있는 빵을 만드는 방법'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여 각색한 글이기에 실존 인물과 상황이 다를 수 있음을 공지드립니다 <3


이 브런치북은 앞서 연재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굽습니다'의 글을 읽고 보시면 더욱 생생하고 재밌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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