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졸업식, 끝나지 않은 숙제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던 때였을 겁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때는 부모님이 학교에 오는 게 엄청 부담스럽고 싫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친구들한테 '마마보이'라고 놀림을 많이 받아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엄마 손잡고 학교에 오는 저를 손가락질하며 '마마보이'라고 놀릴 때마다 땅속으로 숨고 싶었어요. 남들 시선이 전부였던 철없는 시절이었죠.
그런데 그 졸업식 날, 어김없이 부모님이 학교에 오셨어요. 저는 부모님을 보자마자 싫은 내색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사진 찍는 것도 싫다고 툴툴거렸고, 심지어는 그냥 집에 가라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졸업식이 끝나고 다들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하러 갔지만, 저는 그것마저 싫다고 고집을 부려 바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죠. 그날의 저는 부모님보다 친구들과 노는 게 더 중요했습니다.
시간이 한참 흘러, 우연히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다시 보게 됐어요. 사진 속에 담긴 어머니의 표정을 보는 순간, 아차 했습니다. 말로는 표현 못 할 허탈함이 어머니의 표정에서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저를 향한 기대와 사랑이 순식간에 실망과 슬픔으로 변해버린 듯한, 그런 허탈함이었죠.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좀 더 살갑게 굴지 못했을까?'
그때의 저는 정말 철이 없었습니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시기였죠. 부모님의 사랑과 기대를 당연하게 여기고, 오로지 제 감정에만 치우쳐 행동했던 못난 아들이었습니다. 그날의 어머니 표정은 덜 자란 제가 남긴 아픈 흔적으로 제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제는 작은 표현이라도 먼저 건네려 노력하며, 그날의 후회가 헛되지 않도록 더 살가운 아들이 되려 하지만 아직은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