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가려진 사랑

익숙함에 가려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밥

by 덜자란사십대

어느 날처럼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결혼 후 요리를 좋아하게 되어 집에서 식사 준비는 제 몫이 되었죠. 그런데 그날따라 밥 차리는 게 너무 귀찮고 싫은 거예요. 아내에게 솔직하게 하기 싫은 마음을 토로했지만, 아내 역시 "나도 하기 싫어"라고 답했죠. 순간, 짜증이 확 밀려왔습니다. 결국 '왜 나만 밥을 해야 하냐'는 식의 유치한 불평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문득 그때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결혼하기 전까지 줄곧 함께 살면서, 단 한 번도 밥 차리기 싫다는 말씀을 하시는 걸 본 적이 없었거든요. 늘 부엌에서 희미한 연기 속에 묵묵히 서 계시던 어머니의 뒷모습은 제게 너무나 당연한 풍경이었습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식사를 준비하고, 가족들을 위해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제야 저는 '이것이야말로 어머니의 사랑이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헌신과 희생이 거창한 사건이 아닌, 매일의 익숙함 속에 스며있는 가장 숭고한 사랑의 형태라는 것을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을 위한 희생. 겉으로는 특별해 보이지만, 사실 지극히 일상적이었던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 속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너무 익숙했기에,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저는 그 사랑을 소홀히 취급했던 겁니다. '덜 자란' 저는 어머니의 헌신을 그저 일상적인 풍경으로만 여겼을 뿐, 그 뒤에 숨겨진 무게와 사랑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제가 그 자리에 서 보니 비로소 알겠습니다. 하기 싫은 마음이 들 때도 있고, 지치고 힘든 날도 있었을 텐데, 어머니는 한결같이 가족들을 먹이는 일에 최선을 다하셨다는 것을요.


오늘도 쌀을 씻고 식사 준비를 하면서, 저는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밥그릇에 담기는 따뜻한 밥처럼, 익숙함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어머니의 사랑과, 그 사랑을 이제야 비로소 깨달은 '덜 자란 40대'인 저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그때의 '덜 자란' 제가 그랬듯, 저는 아직도 그 감사함을 온전히 표현하기엔 서툰 것 같습니다. 오늘도 밥상을 차리지만, 여전히 어머니께 '고맙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서툰 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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