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좋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꼬임에 다단계에 참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일이었어요. 그곳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라기보다, 사람을 통해 이익을 얻는 구조였습니다. 제가 사람을 꼬셔서 데리고 오면 그 사람이 물건을 사고 그걸 판매수익금으로 저에게 떨어지는 구조였죠.
하지만 저는 사람 대하기를 어려워했고 친구도 많지 않았던 터라 일하는 데 제약이 많았어요. 특히 군대 친구와 연락처가 겹치는 지인들이 많아, 아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는 도저히 일을 진행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다 보니 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진급도 느리고 제대로 돈도 못 벌고 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의욕이 충만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잘되는 것이 없다 보니 점점 의기소침해졌어요.
결국 저는 숙소에서 거의 밥 담당 역할로 전락했습니다. 아침 일찍 모두의 식사를 준비하며 문득, 제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공허함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목적은 돈을 벌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었는데, 현실은 밥이나 하는 처지가 되어버린 거죠.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듯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그들 안에서의 '관계적 품앗이' 같은 것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 새 사람을 데려오면 일제히 달려들어 웃어주고 칭찬했지만, 그들이 떠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갑게 식는 시선을 느낄 때마다 아득해지곤 했죠.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어요. 마음이 점점 힘들었고,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워졌어요. 오랜만에 전화를 건 친구가 제 직업을 묻는 순간 찾아오는 침묵과 불편함. 제가 혹시나 그들에게 이 다단계 조직을 권유할까 봐 염려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깊은 피해의식에 시달렸습니다. 숙소 방세도 사람 수대로 나눠 내야 했지만, 저는 그것조차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참 비참했고, 같이 숙소를 썼던 사람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컸어요. 팀장 역시 돈을 벌지 못하는 저 때문에 숙소 유지에 더 큰 부담을 지고 있었을 테니까요.
'덜 자란' 20대였던 저는, 사람들의 환대와 성공이라는 허상에 이끌려 들어섰지만, 곧 그 현실의 벽에 부딪혔어요. 그 안에서 저의 무력함과 미숙함을 처절하게 마주해야 했고, 돈과 관계의 이면에 숨겨진 쓸쓸함을 뼈저리게 느끼던 나날들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