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진짜 힘든 건 아픈 순간이 아니라 그 아픔을 말하려 할 때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증상을 이야기하면 되지만, 마음이 아플 때는 입술이 먼저 굳는다. ‘이걸 말해도 될까?’라는 의심이 가장 먼저 고개를 든다. 혹시 징징거리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유난 떤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듣는 사람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수백 번의 망설임 끝에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
그렇게 입을 다물고 살아가면, 사람들은 내가 괜찮다고 믿는다. 아니, 믿는 척한다. ‘힘들면 말해’라는 말이 세상에 넘쳐나지만, 막상 말해보면 듣는 귀는 많지 않다. 다들 자기 하루를 버티느라 바쁘고,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여유는 없다. 그래서 마음은 점점 눌리고, 무게는 내 안에만 쌓인다. 어느 순간, 그 무게가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게 만든다.
나는 오래전부터 아픔을 혼자 감당하는 법을 배워왔다. 말하지 않으면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안전이 아니라 고립이었다. 나를 이해할 가능성조차 스스로 없애버리는 선택. 결국 나를 더 외롭게 만들고, 아픔을 더 오래 붙잡게 하는 방법이었다.
아프다고 말하는 건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나를 지키겠다는 선언이고, 동시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용기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믿는 행위이자, 나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나를 외면할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는 나를 안아줄 것이다. 그리고 그 단 한 사람이, 나를 버티게 만드는 힘이 된다.
세상은 강해지라고 말하지만, 진짜 강함은 혼자 버티는 게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손을 내미는 데 있다. 약해 보일지 몰라도, 그건 분명 강함의 다른 얼굴이다. 우리는 아픔을 숨기는 훈련이 아니라, 꺼내놓는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한다.
다음에 마음이 무너질 때, 나는 이렇게 말해보려 한다. “나 힘들어.” 단 세 단어지만, 그 안에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와, 나를 잃지 않겠다는 다짐이 들어 있다. 그리고 그 말이 닿는 곳에, 나를 지켜줄 작은 등불이 켜질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