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illos de Camino에서 Castrojeriz까지
쟝은 백발에 항상 웃으면서 내일모레면 나이가 60인데도, 팜플로냐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맨발로 뛰어다니면서 조금 후에 아래층에서 댄스모임이 있을 테니 참석하라고 온 알베르게를 소리치고 다녔다. 그 뒤로 며칠 동안을 우리와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는데 늘 여유로운 걸음걸이에 한쪽으로만 묶여 있는 매트 때문인지 약간 삐딱하게 맨 배낭, 항상 가지고 다니는 감자칩과 치즈….
오늘은 우리가 일찍 도착해서 알베르게 앞 벤치에서 파스타와 와인으로 점심을 먹고 있는데, 팜플로냐에서 가볍게 인사만 했던 쟝이 감자칩과 비스킷을 들고 옆에 앉았다. 시인이란다. 직접 쓴 시를 하나 웹 링크로 보내주었다. 링크를 클릭하니 뭐라고 뭐라고 적혀 있는데 좋아 보인다. 프랑스인이니 프랑스어로 시를 써서 그 사이트에 올리면 영어로 번역이 된단다. 영어로 되어 있으니 운율을 느낄 수 없을 거라면서 직접 프랑스어로 읽어준다. 음…. 한마디도 못 알아듣지만 ‘시+와인+가을 햇살 비추는 벤치+백발의 프렌치가 진지진지하게 시를 낭송하는 표정’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가 ‘시’처럼 들리는 기분이다. 여기에 이미 마신 두세 잔의 와인이 어디 꼭꼭 숨겨져서 나조차 있었는지도 몰랐던 내 감수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멋있다…. 나도 멋있고 쟝도 멋있다.
저녁에는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데 또 마침 쟝이 나타나서 이번에는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우리에게 살짝 선물을 준다. 작은 도화지에 그린 그림을. 점심때 이후로 한동안 안보이더니 어디 가서 혼자 그림도 그렸나 보다. 마치 유치원 애들 물감 장난 같은 그림이다. 잭슨 폴락이 물감을 뿌린 것 같기도 하고 파울 클레가 장난으로 그린 그림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있다. 계속 보고 있다 보면 더 멋있다.
밤에 침대에 누워서 오늘 일을 대충 정리하고 자려는데 지잉~~~ 쟝에게서 문자가 왔다. 낮에 보았던 시와 그림이 포스팅된 그 링크가 왔다. 그 그림과 같이 시 한 편이 휴대폰 화면에 쨘 나타난다. 휴대폰이 알아서 포샵을 했는지 그림은 한결 더 멋있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