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6일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새벽이 천천히 눈을 뜨는 시간,
밤새 고요를 품고 있던 세상이
부드럽게 결을 바꾸며 환해집니다.
어제의 음영이 아직 남아 있어도
오늘의 빛은 그 위에 조용히 내려앉아
새로움이 시작되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또 하루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1971년 12월 6일 — 파키스탄 내전 중, 인도군이 동파키스탄(현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를 포위
분열과 억압으로 갈라진 땅 위에서
자유를 향한 움직임은
언뜻 보면 폭풍처럼 거칠었지만
그 안에는 오래 억눌린 목소리가
드디어 자신을 말하려는
진실한 몸부림이 있었습니다.
오늘의 역사는 속삭입니다.
어떤 싸움은 파괴를 위해서가 아니라
존엄을 되찾기 위한 귀환의 길에서 시작된다고.
분리된 마음이 다시 자신을 향해 걸어올 때
비로소 새 세계가 그려진다고.
아침 빛이 창가에 번지던 카페.
어제 누군가와 크게 다투었다는 듯
눈이 붉은 한 청년이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쥔 채
휴대폰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뒤,
그는 망설임 끝에
짧은 문장 하나를 보냈습니다.
“내가 너무 날카로웠어. 미안해.”
전송 버튼을 누른 뒤
그의 어깨는 서서히 내려앉았습니다.
그 순간,
분열되어 있던 마음의 두 조각이
아주 미세하게 서로를 향해 움직였습니다.
세상의 갈등과 같아 보이지는 않아도
우리 안에서도 늘 조용한 내전이 일어나고,
용서와 진실한 말 한 줄은
그 내전을 잠재우는 첫 빛이 됩니다.
오늘,
내 안에 갈라진 언어들을
하나씩 부드럽게 어루만지게 하소서.
너무 오래 눌러 두었던 감정도
말끝에서 비틀거리던 후회도
천천히 제 자리를 찾아
따뜻하게 숨을 쉴 수 있도록
나를 비워 주소서.
누군가와 부딪힌 마음의 균열 위에
방황이 아니라 귀환의 다리가 놓이게 하시고,
내가 건네는 작은 진심 하나가
세밀한 화해의 빛이 되어
기억의 어두운 곳을 밝혀 주소서.
어떤 전쟁도
결국은 돌아갈 길을 찾는 몸짓이라는 것을
내 하루의 조용한 틈새마다 깨닫게 하시며,
작은 용기가
큰 평화를 불러오는 시작임을
오늘의 숨 속에 새기게 하소서.
그리고 오늘,
내 마음의 다카에도
부드러운 빛이 번져
내전이 멈추고
평온이 머물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