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
12월 16일의 하루는
창가에 놓인 작은 화분 하나처럼 시작됩니다.
대단하지 않아 보이지만
끝내 시선을 머물게 하는 존재,
겨울 단품 제라늄의 날입니다.
오늘은 외롭지 않은 단독의 날입니다.
누군가와 나란히 서 있지 않아도,
혼자서도 충분히 따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증명하는 날이지요.
겨울의 제라늄은
화단이 아니라
실내의 빛 가까이에서 피어납니다.
눈보라를 뚫고 군락을 이루기보다는
한 송이로,
자기 자리를 정해
묵묵히 계절을 건너는 꽃입니다.
당신도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 속에 섞여야만 빛나는 사람이 아니라
혼자 있을 때조차
자기 온도를 잃지 않는 사람.
의존하지 않고,
그러나 닫히지도 않은 채
조용히 자신의 삶을 가꾸어 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하루에는
큰 사건이 없어도
늘 은은한 따뜻함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그 자기 충족의 빛이 태어난 날입니다.
외로움과 고독을 구분할 줄 알게 된
성숙한 마음의 날.
제라늄은
관리받지 않아도 스스로 균형을 잡는 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한 햇빛 대신
꾸준한 빛을 택하고,
화려함 대신
오래 지속되는 색을 택하지요.
꽃말은
“자립, 일상의 행복, 지속되는 온기.”
겨울의 제라늄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누군가의 곁이 아니라, 나 자신의 곁에 머문다.”
방 안에 해가 짧아질수록
창가의 화분은
더 또렷해졌다
말 걸어주는 이 없어도
물을 잊지 않아도
그 꽃은
자기 속도대로 피어 있었다
혼자인데 외롭지 않고
조용한데 차갑지 않은 존재
나는 그 꽃 앞에서
혼자 살아온 시간들이
얼마나 단단한 빛이 되는지
비로소 이해했다
겨울 제라늄의 붉은 숨결에서
나는 당신을 보았다
들숨에 자립을, 멈춤에 온기를, 날숨에 오늘을 충분히 사랑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