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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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인물, 단체, 기관과는 무관하며, 법적 효력은 없는 창작 서사임을 명확히 밝힙니다.
부동산의 두 얼굴
부동산으로 달려갔다.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으로 문을 열었다.
사장님은 반가운 얼굴로 마철이를 맞았다.
“어머~ 매물 보러 오셨어요?”
너무 평온한 말투였다.
그게 더 마철의 감정을 복잡하게 했다.
“저, 지난번에 계약했던 사람인데요.”
마철이는 감정을 억누르고 목소리를 낮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 짧은 설명에 사장님의 얼굴은 서서히 굳어갔다.
잔잔하던 눈빛에 장마가 드리우듯
잔뜩 흐려진 표정이 마철이의 불안감을 비춰줬다.
“일단… 기다려봐요. 제가 집주인한테 연락 한번 넣어볼게요.”
마철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무거운 걸음을 끌며
부동산을 나섰다.
그날은 그렇게 끝났다.
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일주일 뒤 다시 찾은 부동산.
이번엔 사장님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근처 다른 중개소에서 들었는데요,
그분 지금 입원하셨대요. 많이 안 좋으시다더라고요.”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 이어졌다.
너무 익숙한 말들이었다.
그 익숙함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진심인지 아닌지 구분도 되지 않았다.
“입원…”
마철은 중얼거렸다.
말이 안 됐다.
그날 이후의 단서들이 떠올랐다.
현관에 붙은 A4 종이, 연락 두절,
그리고 주변 임차인들의 낯빛.
이건 ‘갑작스런 사고’가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설계된 기획된 무응답 같았다.
그럼에도 부동산은 한결같았다.
“우린 중개만 했을 뿐이에요.”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피해자라고 말했다.
마치 마철이 ‘예민한 사람’이기라도 한 듯,
이해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상황을 덮었다.
본인은 잘못이 없다는 것이었다.
명백한 설명불이행.
마철의 머릿속엔 이 문장만 맴돌았다.
사무실 한편 액자 속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마철이 또래쯤 되어 보이는 성인 둘
활짝 웃고 있었다.
가족을 통해 힘을 얻기 위해, 신뢰감을 위해, 혹은
그냥 일상의 일부로 둔 사진이겠지만
마철은 눈을 돌렸다.
사진 속 두 자녀는 활짝 웃고 있지만
얼비친 액자 속
마철은 울고 있었다.
그녀의 자녀들은 알고 있을까.
본인의 행복이
누군가의 눈물 위에 세워졌을지도 모른다는
모든 분노가 부동산으로 향했다.
하지만 동시에 마철이는 스스로를 탓했다.
‘부동산은 나보다 똑똑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의심 대신 신뢰를 택했다.’
얼굴도 못 본 집주인에게
그렇게 어렵게 모은 돈을
‘계약’이라는 이름 아래 넘겼다.
그 순간의 신뢰는
지금 돌아보면 너무도 순진했다.
아니 멍청했다.
마철의 인생 중 가장 멍청한 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철의 좁고 습한 원룸에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 딩동— 딩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