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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이빨 빠진 날

쌀알이 몇 개고

by 홀씨



미용까지 마스터 한 ‘그’


어느 날 갑자기 그가 혼자 쩝쩝거리더니 이빨이 하나 뿅 하고 빠져 있었다.

*터그놀이를 해줘서 그런 걸까?’ 순간 그런 생각이 스쳐갔지만, 떠올려보면

그는 사실 힘을 주어 물기보단 질질 끌려다니는 쪽에 가까웠다. 얌전히 끌려오기만 하는

그 모습이 떠올라, 그럴 리 없다는 걸 금세 알았다.


알고 보니 강아지가 6개월쯤 되면 유치가 빠지고, 새로운 이빨이 난다고 한다.

그렇게 나는 ‘그’가 쩝쩝거릴 때마다 혹시 이빨이 빠진 건 아닐까 싶어 곧장 달려가 확인하곤 했다.

작은 쌀알 같은 흰 이빨을 발견할 때마다 괜히 보물을 찾은 듯 기분이 좋아졌다.


어떤 강아지들은 빠진 이빨을 그대로 삼켜 버린다고 했다.

그렇다며 내가 발견하지 못한 이빨도 이미 그의 뱃속으로 들어가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 집착으로 몇 개는 찾아내고, 또 몇 개는 우연히 바닥에서 줍고.

그렇게 그의 이빨을 수집해 왔다.


흰 쌀알같이 작고 딱딱한 그 이빨.

그것들은 ‘그’가 자라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나는 지금도 한쪽에 그의 이빨들을 모아두고 있다.

언젠가 그가 더 이상 내 곁에 있지 않게 되더라도, 그 작은 이빨들은 나를 분명 과거로

데려와 줄 것이다. 그가 작고 여린 몸으로 내 품에 안겨 살던 시절.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결국 나는 이빨을 수집한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함께한 시간을 수집하고 있던 건 아닐까?


이빨이 빠짐과 동시에 그에게 엄청난 시련이 다가오고 있었다.



*터그놀이: 반려견이 물고 있는 장난감을 좌우로 당겨주며 놀아주는 것.


+추가 애기때 터그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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