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목욕까지 마스터한 '그'
그의 털은 눈을 가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자라 있었다.
내 눈에는 마치 피자호빵처럼 둥글둥글했고,
덥수룩하게 자란 꼬불꼬불한 털은 마치 인심 좋은 아저씨의 푸근한 인상을 닮아가고 있었다.
‘이제 미용을 시켜야 할까.’
생각이 들던 즈음, 산책길에서 우연히 아파트 상가 한쪽에 새로 생긴 강아지 미용실을 보았다.
그전까지 나는 강아지 미용이란 걸 크게 신경 써본 적이 없었다.
그저 병원에서 하는 또 다른 일쯤으로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살다 보니, 하나씩 배워가게 된다.
처음 맡기려니 걱정이 앞섰다.
미용을 잘못하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겁이 많은 '그'라서.. 괜히 힘들지 않을까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첫 미용은 돈을 더 내더라도 가위컷으로 부탁했다.
두세 시간이 걸린다기에 '그'를 맡기고 돌아서는 길, 집이 낯설 만큼 허전했다.
2.7kg인 '그'의 몸무게가 이제 나에게 더 이상 그 무게로 느껴지지 않았다.
세 시간이 지나고, 기다리던 연락을 받고 달려가 보니
눈앞에는 전혀 다른 '그'가 서 있었다.
순간, “누구세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역시 남자는 머리빨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미용을 마친 그는 몸이 찌뿌둥했는지 궁시렁거리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그 투정 섞인 모습마저 웃음을 자아냈다.
꼭 휴게소에서 파는 강아지 인형 같았다. 털도, 행동도,
그 순간만큼은 인형과 다르지 않았다.
그날 이후, 달라진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내 하루의 작은 즐거움이 되었다.
털이 짧아졌을 뿐인데, 웃음이 자주 새어 나왔고, 집 안의 공기마저 밝아진 듯했다.
'그'의 작고 사소한 변화였지만, 그 변화는 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미용 전
미용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