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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D-day

by 홀씨




‘그‘가 태어난 지 5~6개월 무렵,

병원에서는 중성화 수술을 권했다.

단순히 ‘번식 방지’의 의미가 아니라

암이나 생식기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일종의 건강 관리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조금 달랐다.

잠복고환.

몸속 어딘가에 머물러 있던 고환은

언젠가 암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가 그런 상태일 줄이야.’

나의 첫 강아지가, 그런 상황에 부닥쳐질지 몰랐다.

중성화는 늘 ‘우리와 상관없는 일’처럼 멀게만 느껴졌는데,

그날은 달랐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송곳니도 빼야 하고, 오늘 바로 수술해야겠어요.”

의사의 말은 너무 갑작스러웠다.

나는 그를 안심시키듯 쓰다듬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수술실 문 앞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시간은 이상하게 더디게 흘렀다.

전화벨이 울릴 때까지,

나의 불안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그런데 설명드릴 게 있습니다.”

짧은 설명 뒤 검색으로 알게 된 단어,

반성반음양.

낯설고 묘한 그 단어는

한동안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유전적 염색체 이상으로

수컷과 암컷의 생식기관이 함께 형성된 상태


의사도 수술 중에야 알았다고 했다.

“암컷 중성화로 보면 돼요.”

그는 담담하게 말했고 수술비는 잠복고환 비용만 받겠다 했다.

그때 난 그저 ‘그가 무사하다’는 사실만으로 안도했다.


며칠 후, 나는 뒤늦게 알게 되었다.

다른 병원에서는 대부분 수술 전에 정밀 검사를 진행한다는 걸.

그제야 모든 장면이 되감기듯 머리를 스쳤다.

‘정말 괜찮았던 걸까?’

‘그를 너무 쉽게 맡긴 건 아닐까?’


나는 내 무지함이 두려웠다.

사랑한다는 마음 하나로 충분하다고 믿었는데,

그건 어쩌면 가장 위험한 안심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 나는 그에 대해 더 공부했다.

그리고 이젠 안다.

함께 산다는 건,

단지 사랑하기만 하는 일이 아니라

그를 알아가는 일이라는 걸.

그를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사랑하는 존재를 진짜로 이해하고 있을까?..


KakaoTalk_20251012_210304760.jpg 위생을 위해 매일 새 수건 깔아드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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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유 중 / 점점 밝아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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