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빨대소동
훈련까지 마스터한 '그'
아침에 눈을 떠서 거실을 나왔을 때
꼬순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것을 해야 할 때가 왔다.
나와 동거인은 비장한 눈빛을 주고받은 뒤 그에게 다가갔다.
얼떨떨한 ‘그’를 조심스럽게 들어서 화장실로 들어가게 되는데..
잔뜩 겁에 질려버린 ‘그’는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졸졸 흐르는 물이 신기한 건지, 두려운 건지 쳐다보면서 덜덜 떨고 있었다.
동거인은 물 온도를 맞춘 후 받아서 그를 조심스레 욕조에 넣었다.
그는 이 느낌이 좋은 건지 싫은 건지 알아차릴 틈도 없이,
솜사탕 같았던 그의 온몸은 녹아버리고 있었다.
동거인은 양손에 샴푸를 얹고, 그의 몸을 사정없이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는 동거인의 손길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적응한 듯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바탕 문지름이 끝나고
헹구는 과정까지 간신히 끝낸 뒤
‘그’는 뛰쳐나와 온몸을 털며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보복하는 듯이 집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물바다로 만들고
만족하다는 듯이 가만히 서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당장 그를 붙잡고 말리기 시작했다.
그는 괴롭힘을 당하는 것 마냥 도망치고 싶어 했다.
말리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
더 늦어지면 그가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다.
나와 동거인은 쉴 새 없이 그의 몸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의 털은 솜사탕처럼 뽀송뽀송하게 부풀어 올라와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첫 목욕이 마무리되었다.
이로써 그와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