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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관찰일지

그에게 주어지는 합격 목걸이.

by 홀씨



그는 던전을 통과하듯 접종을 통과하고

별 문제 없이 쭉쭉 나아갔다.


이쯤부터 산책을 시켜도 된다는 말에

나는 이 맹수를 길들여야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쇼핑을 시작했다.


그에게 도착한 택배엔 하네스와 리드줄이 들어있었다.

나에겐 접종을 잘 마쳤다는 합격 목걸이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그’라도 몸에 처음 감아지는 줄이 낯설게 느껴져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동거인은 내 명령에 따라 하네스를 감고 리드줄을 끼웠다.

그리고 나는 카리스마 있게 그에게 통보했다.


“산책 가자”


그와 동거인 나는 일단 집 앞에 있는

작은 공원부터 토벌하러 나갔다.


그는 살짝 주춤하는가 하더니 금방 적응하고

공원을 누비고 다녔다.

이윽고 나의 동거인은 ‘그’에게 끌려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작은 체구로 성인 남성을 끌고 다녔고, 그의 기세는 대단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무서운 것이 있었다.

계단이라는 큰 산에 부딪힌 것이다.


풉.


그는 아직도 계단은 한 칸밖에 올라가지 못한다.

아직도 계단만 보면 돌처럼 굳어버리는 그는

마주칠 때마다 덜덜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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