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날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그의 강렬한 이갈이 공격을 매일 막아내는 게 일상이 되었다.
우린 서로에 창과 방패가 되어
공격하고 방어를 반복하던 날들.
한동안은 패드를 물어뜯어 기상한 나를 불타게 했었던 날들.
매일 그와 나는 작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그런 날들이 지나가던 어느 날.
난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정확하게 그때를 기억한다.
2020년 5월.
그가 때 이른 단식투쟁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다 먹을 시기라고 생각했던 난 충격을 받았다.
그의 멘털공격이 시작됐다.
그의 공격은 강력했다! (-10000000)
아이가 밥을 안 먹으면 그냥 치워버리면 되지.
왜 따라다니면서 먹이지?
엄마들이 이해가 안 간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서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던 순간이었다.
그의 무차별적인 단식투쟁에
나도 당하고만 있을 순 없으니,
잠시 내 발톱을 숨기고
병원에 가서 AD캔(습식캔)을 사서
곱실대며 먹여드리기까지 했다.
그때 시킨 샘플 사료+일반 사료 개수가
40개 가까이 된다.
회사별로, 맛별로, 습식, 화식 다 가져다 바쳤다.
나의 막강한 방어에.
그도 어느 순간부터 사료 2개를 돌려먹고 있었다.
이게 무슨 사료 뷔페인가 싶었다.
하필 또 먹기 시작한 게 그의 몸 크기에 비해 너무 컸던지라.
절구를 사서 빻아서 받치는..
눈물겨운 노력까지 해야 했었다.
그렇게 그는 단식투쟁을 마치고 내 승리로 돌아오나 싶었더니.
또, 다른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남은 사료들은 사이좋게 나눠먹었답니다.
'그'의 사냥본능
자기보다 큰 토끼를 잡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