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산책 다녀온 강아지, 그리고 목욕

by Jasviah

가족들과 밤 산책을 다녀온 강아지는 쌓여 있는 낙엽 더미 속에서 자유를 만끽했다.

늦은 밤 사람이 없는 것이 분명할 때는 5분 정도 될까 말까 한 정도로 짧은 시간 줄을 풀어 주기도 한다. 분명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닿지 않을 거리에서라도 사람 머리가 살짝이라도 보이는 것 같으면 얼른 줄을 매고, 강아지를 아주아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변명해 본다.

강아지가 몹시 행복해하는 일들 중 하나여서 가끔 기회가 되면 그렇게 해주게 된다.
게다가 우리 집 강아지는 누굴 닮아 쫄보라 혼자 멀리 가지도 않고, 줄을 매자 하면 말도 잘 듣는다.

초등학교 갈 나이가 되니 거의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말도 할 줄 알면 얼마나 좋을까.

어쨌든, 나는 참여하지 않은 밤 산책을 가족들과 다녀온 강아지는 온갖 가을 풀을 다 묻혀 왔다.

집으로 돌아온 강아지는 헤실헤실 연신 웃는다.
가족들은 아직 잠들지 않은 나를 보고 안도하며 들어온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질 않나.

풀만 닦아주면 되는 줄 알았다.
잠깐, 너 더러운 냄새가 나는데??

전용 물티슈로 해결할 수 있는 냄새가 아니었다.
밝은 곳에서 보니 강아지가 입은 조끼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물이 묻어 있었다.


토가 나올 것 같은 냄새였다.

이 자식!! 이 자식!!!!!!

영문도 모른 채, 강아지는 내 손길에 들려 올려졌다.
욕실로 향하게 된 강아지의 꼬리 두 개가 아래로 떨어졌다. 하나는 솜 같은 엉덩이에서 살랑거리던 꼬리, 하나는 분홍색 혀가 촉촉하게 반질 거리던 입꼬리.

강아지는 말을 잘 듣지만, 목욕은 경기를 일으킬 만큼 싫어한다. 그래서 자주 씻기지도 않고 씻긴다면 전문가에게 맡긴다. 최근에 좋은 곳을 알아냈다.

하지만 이번엔 안 가도 되겠네..

역시나 강아지는 분개했다.
몸에 손을 대서 박박 씻길 수가 없다. 샴푸 거품과 샴푸를 털 위로 잔뜩 올려놓고 알아서 스며들길 기다렸다.
전에 사둔 물림방지 장갑은 꿈이었던 걸까.

결국 못 찾았다.
많이 물려 본 경험으로 요리조리 잘 피해 이번엔 손가락 두어 번만 물렸다.

그렇게 씻기 싫어서 입질을 하면서도 자기를 자꾸만 안으란다. 안겨도 씻길 건데...
네가 믿을 구석이 결국은 사람인 거겠지.
그래도 안아 드니 녀석도 마음이 조금 나은 것 같았다.
강아지를 씻기려면 나도 씻을 각오를 해야 한다.

산책 신나게 잘 다녀왔는데, 갑자기 목욕을 하게 되다니 얼마나 날벼락이었을까. 잘 참아준 강아지가 기특하기까지 하다.

언제 사나웠나 싶을 정도로 편하게 몸을 맡겨오는 강아지를 수건에 돌돌 말아서 안아 올렸다. 갓난아기가 따로 없는 것 같다. 이리저리 돌려 닦아도 화를 내지 않는다. 철이 든 게 분명하다.

털을 다 말리고선 당당하게 까까를 요구하는 강아지는 까까 몇 개에 또 금방 헤헤 거리며 웃는다.
토도독 토도도도독 방과 방 사이를 뛰어다니다가
집에 있는 모든 이불에 올라 몸을 비벼댄다. ㅎ........

엄마는 막아보려 애썼지만, 사실은 막는 척을 한 건지 뭔지 결국 놔둔다.

집을 나서도 강아지의 흔적이 늘 따라나선다.

산책 가고 싶은 강아지의 분신인 걸까.


사람 미워하는 법을 모르는 강아지야. 내 강아지야. 너를 볼 때마다 매일매일 새로운 사랑을 배우고, 무게를 모를 죄책감을 느낀다.
너는 왜 강아지인 걸까.

신 앞에서 우리 모습이 이럴까.
원망했다가 떼썼다가만 반복하는 나를,
너처럼 금방 화를 풀지도 못하는 나를,
언제나 사랑한다고 하는 신.

내가 너를 사랑할 때마다 신의 사랑도 어렴풋이 알 것만 같은 게 참 웃기지 않니?

너는 강아지가 아니라 우리 집 막내야.

정말 정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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