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학병원 첫 진료를 기다리는 마음

암과 함께 떠난 여행

by 숨 쉬는 방

대학병원 첫 진료를 기다리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동남아 휴양지에서 보낸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마음은 시끄러웠지만 잘 먹고, 잘 잤다.

남이 해 준 밥을 먹으며 편하게 잘 쉬었고, 몸이 편한 덕분에 손과 머리는 바쁘게 움직였다.


가족들이 수영을 하는 동안 나는 썬베드에 누워 수시로 암에 대해 검색을 했다.


내가 몰랐던 세계일 뿐 정보와 치료후기가 넘쳐났고,

암환자들의 세상에서 쓰는 새로운 용어도 알게 되었다.

암환자를 '아만자'라고 부르는 것

임밍아웃 대신 암환자임을 밝히는 '암밍아웃'

검진 결과가 무사히 나오면 다음 검진까지의 기간을 '방학'이라고 부르는 것 등.


아무것도 결론 난 게 없으니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0기부터 3기까지 일어날 변수들을 모두 생각했다.

(차마 4기는 무서워서 상상할 수가 없었다)

'나는 건강검진에서 발견했으니 0기일 거야'라고

생각하다가도 '두 가지 이상의 전조 증상이 있었으니 2기 이상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면 가족들 몰래 눈물을 닦기도 했다.


그야말로 오락 가락 하는 날들을 보냈다.

암환자 수용의 5단계를 뒤죽박죽 순서 없이 겪었다.

어젯밤 드디어 표면적으로 '수용'의 단계에 도달했다.

물론 이 과정은 언제든지 다시 퇴보하고 되돌아갈 수도 있다.


이제 상상을 멈추고, 결과가 나오면 그때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내 몸에 암이 있고 그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기에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나를 향해 손 흔들고 해맑게 웃어주면 마음이 저릿했다.

'슬픔과 기쁨이 섞이면 이런 느낌이구나'를 처음 경험했다.


암환자가 된다는 것은

혼자만의 세상에 뚝 떨어진 외로운 기분이구나.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