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 감정인데요
생각보다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쉽지 않다.
내 안의 것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어려운지도 모르겠다.
나이에 따라, 성별에 따라, 상황에 따라ㅡ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 타인의 '눈치'부터 살피게 되는 일이다.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한다.
요즘은 많이 흐려졌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너무 예민한 거 아냐?"라는 말은 쉽게 들린다.
사람마다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은 다르다.
감정을 그대로 '분출'하는 경우
감정을 '정제'하여 '말'로 표현하는 경우
감정을 꾹꾹 참다 한 번에 표출하는 경우(외부로 터지기도 하고, 본인에게 향하기도 한다.)
억눌렀던 감정을 아무 관련 없는 가까운 사람에게 쏟아내는 경우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 또한 제각각이다.
억압된 감정-본인의 감정을 모르는 경우(아무렇지 않다고 생각)
타인의 시선 우려(나를 어떻게 볼까, 예민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감정 표현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데,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필요한 게 있다.
나의 마음을 알아채는 것,
나의 마음 상태를 들여다볼 줄 아는 것,
결국, 내가 어떤 상황에서 감정이 변화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어떤 감정인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정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해야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감정을 꾹꾹 눌러 삼키고 익숙해지면, 나중엔 진짜 모르게 된다.
'내가 지금 이 감정을 느껴도 되나?',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진짜 맞나?'
타인에게 확인받지 않아도, 내 감정이 거기에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판단이 아니라 내가 느낀 감정을 내가 인정해주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놓친다.
어떤 이유에서건, 내 감정은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다.
감정을 정리하는 일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나에게 먼저 보여주는 일이라는 걸.
그건 결국, 내가 나 스스로를 이해시키기 위한 과정이라는 걸.
나와 친해지는 첫 걸음일지 모른다는 것.
결국, 내가 만든 감정 워크북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나와 함께 해보자는 제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쓴 글은 아니었다.
그런데 쓰다 보니, 누구에게나 필요한 이야기더라.
감정을 말하는 일, 그전에 꼭 필요한 이 한 걸음.
당신은, 해본 적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