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런던 근교 앤틱 마켓과 캠브리지 가기

엄마와 영국 여행-9 : 선버리 앤틱 마켓, 캠브리지 대학

by 세런 Seren

엄마와의 영국 여행을 계획하면서 앤틱 마켓을 검색하다 선버리 앤틱 마켓(Sunbury Antiques Market)을 알게 되었다. 이 마켓은 런던 인근에 있는 켐튼 파크 경마장(Kempton Park Racecourse)에서 한 달에 2번 열리는 대규모 앤틱 마켓으로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런던 워털루(Waterloo) 역으로 가서 기차를 탔다. 자유여행을 하면서 나는 약간 긴장하지만, 엄마는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근교로 가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같다. 나는 엄마에게 전문 가이드처럼 보이려고 여유로운 척하지만, 사실 기차나 시외버스가 제때 안 오거나, 잘못 탑승했을 때를 걱정해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긴장이 된다. 하지만 엄마는 근교로 나간다는 설렘과 외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다는 것 자체에 감격하는 것 같다.

다행히 선버리 앤틱 마켓을 가는 기차는 제시간에 왔고, 우리는 '득템 경쟁자'로 보이는 이들과 같이 기차를 타고 무사히 도착했다.


선버리 앤틱 마켓 가는 기차 플랫폼과 내부 풍경

열심히 후기를 검색해 본 결과, 오전 8시 전에 입장하면 입장료가 있다고 해서 우리는 정확하게 8시에 입장할 수 있도록 움직였다. 켐튼 파크 역에서 내려 경마장까지 5분 정도 걸었다. 안에 들어가는 순간 정말 신세계였다. 그동안 포토벨로 마켓과 쥬빌리 마켓에서 본 골동품들은 소꿉장난 수준일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물건이 있었다. 우리는 이 날을 위해 배낭에 장바구니까지 알뜰하게 챙겨갔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선버리 앤틱 마켓 야외 풍경

실내는 주로 소품 위주의 앤틱을 파는 곳인 반면, 야외로 나오면 크고 작은 가구들과 그림, 카펫 등을 판다. 런던 시내의 마켓에서는 보지 못한 진풍경이라 엄마는 신이 났다. 엄마는 여행 전부터 갖고 싶다고 한 벽걸이 거울을 구매했다. 포장은 역시나 신문과 비닐이었다. 거울을 들고 또 구경을 시작하는 엄마를 보니, 어릴 적에 장난감 가게에서 당시 정말 인기가 있었던 피카츄 인형을 엄마가 사주어서 소중하게 안고 다닌 내가 오버랩되었다.


엄마는 '이런 건 한국에서 보기 힘들다'며 아방가르드 스타일의 금색 물뿌리개를, 나는 프랑스 귀족 남녀가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그림이 새겨진 금장 찻주전자를 사는 걸 끝으로 마켓을 나왔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캠브리지였다. 물건을 숙소에 두고 다시 나오기에는 시간이 애매해서 캠브리지행 기차를 타야 하는 킹스 크로스(King's Cross) 역 근처의 사설 짐 보관소에 유료 보관을 하기로 했다. 덕분에 첫출발을 하는 것 마냥 가볍게 캠브리지행 기차를 탈 수 있었다.


한편, 킹스 크로스 역 앞에는 마켓이 열려있는데 직전에 방문했을 때 먹었던 케이크 푸드트럭이 생각났다. 엄마에게도 맛 보여주고 싶어서 같은 푸드트럭에 갔다. 8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었는데 메뉴가 거의 바뀌지 않아 반가웠다. 사서 역으로 들어와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커피와 함께 당을 보충했다.


캠브리지 시내, 연합 대학들을 보여주는 기념품

캠브리지 역에 도착해서 대학들이 있는 거리까지 천천히 걷기로 했다. 영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라는 옥스퍼드 대학보다 약 100년 뒤에 설립되어 두 번째로 오래된 대학인 캠브리지는 도시부터 좀 더 현대적인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큰 교회와 박물관을 구경하며 대학들이 몰려있는 곳에 도착했다. 31개의 독립된 칼리지들이 모인 캠브리지 대학교답게 기념품 샵에는 각 칼리지의 독특한 외관과 상징 깃발이 그려진 에코백도 판매하고 있었다. (나는 옥스퍼드 대학원에 입학할 생각으로 굳이 경쟁 대학의 기념품을 사지 않았다!)


코퍼스 크리스티 칼리지 중앙 안뜰 구경

칼리지 중에 방문하고 싶은 곳들을 몇 군데 찾아놓고 이동했다. 그중 하나로 코퍼스 크리스티 칼리지(Corpus Christi College) 중앙 안뜰을 구경했다. 이곳은 1352년에 설립된 칼리지로, 250명 정도의 학생이 다니는 학교라고 한다. 평일임에도 조용했다. 700년이 좀 안 된 대학에서 공부하면 어떤 기분일지, 교실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했다.


캠브리지의 마법사 기념품 가게

캠브리지 필수 코스인 캠 강(River Cam) 근처 다리들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중세 도시 느낌이 나는 골목으로 들어가자 영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해리포터 기념품 가게가 보였다. 내가 구경하고 싶어서 해리포터와 헤르미온느만 아는 엄마를 꼬셔 함께 들어갔다. 가게에는 해리포터 외에도, 마법과 기사단을 연상시키는 장난감들을 팔고 있었다.

가게를 나오니 두 아이가 가게 앞에 체험용으로 세워 둔 빗자루를 타보는 중이었다. 아이들의 엄마는 캠브리지 대학 구경을 시켜주러 왔을 거 같지만 어쩐지 아이들에겐 마법사 빗자루만 기억에 남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리니티 대학 앞 뉴턴의 사과나무

트리니티 대학(Trinity College) 근처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사과나무(Newton's Apple Tree)를 찾았다. 생각보다 아담했다. 어릴 때 본 뉴턴 위인전에는 언덕 위의 커다란 사과나무 아래에 누워 있던 뉴턴 삽화가 떠올라 잠시 의심했다.

실화인지 모르겠지만, 위인전에 나온 뉴턴 삽화처럼 사과나무 아래에 앉아보고 싶었으나 출입 금지 팻말 때문에 멀리서 사진으로만 담았다.


강가를 따라 쭉 걷다가 캠브리지 역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마을버스처럼 기사와 스몰 토크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반가웠다.



영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는 날이었다. 마켓에서 사 온 기념품들을 한국까지 무사히 들고 가기 위해 열심히 포장하고 숙소 근처 패딩턴 역을 산책했다. 파란 곰 동상의 패딩턴도 보고, 매일 오가던 패딩턴 베이슨(Paddington Basin)을 눈에 담았다.


엄마는 첫 유럽 여행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좋았다면서,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하며 아쉬워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내년 엄마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한 깜짝 선물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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