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의 옆자리는 좁고, 시험지는 많았다
형준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장을 뒤졌다.
“오늘… 중요한 날이야…”
가장 마음에 드는 옷을 꺼내 입고 거울 앞에서 머리를 정리한 형준.
하지만 현관을 나서기도 전에 폭풍이 몰아쳤다.
“안형준!!!!”
“예예예!!”
엄마의 고막 찢는 고함,
아빠의 날카로운 눈빛.
"학교에서 도대체 뭘 하는 거냐?! 중환자실?!"
형준은 양팔을 들고 말했다.
"억울해요! 그쪽이 먼저 도발했고요, 난 정당방위였고요!"
그러나 해명 따위는 통하지 않았다.
양쪽에서 번갈아가며 잔소리 폭격을 맞은 형준은
결국 터덜터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문을 열자, 익숙한 얼굴.
“어…?”
이나래의 어머니가 서빙을 하고 있었다.
형준은 그제야 깨달았다.
정연이 왜 그렇게 "조용히 있으라" 했는지.
"아… 그래서 그랬구나…"
정연 가족이 있는 자리로 가자 형준 부모님은 고개를 숙이며 연신 사과했다.
“우리 애 때문에 이상한 일에 엮이시고… 정말 죄송합니다.”
정연의 아버지는 웃으며 형준을 바라봤다.
"너구나? 이야기 많이 들었어. 우리 정연이 학교에서 아무도 못 건드린다며? 오늘 아저씨가 맛있는 거 많이 해줄게!"
정연은 씩 웃으며 말했다.
“언니들이야. 나 막내인 거 알지?”
형준은 바로 고개를 숙이며 깍듯이 인사했다.
그러자 정연의 큰언니 승연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너구나? 소문은 들었다. 근데 왜 하필 정연이야? 이쁜 애들 1학년에 많다던데?"
형준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많죠~ 거의 다 우리 반이에요~ 4대 여신이 다 우리 반이잖아요~ 근데... 다른 애들은 그냥 친구예요~"
승연은 실소를 터뜨렸다.
“4대 여신이 얘야? 나보다 못생긴 거 같은데?”
형준은 갈비를 야무지게 바르며 말했다.
“누나들도 다 되게 예쁘긴 한데… 제 선택은요…”
잘 바른 갈빗살을 정연 접시에 올려놓았다.
“… 이거예요.”
정연은 얼굴이 살짝 빨개졌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그 순간, 형준은 벨을 누르기 시작했다.
“여기요~ 김치 좀 더 주세요~”
잠시 후 또.
“콩나물요~”
또.
“무말랭이요~”
총 여섯 가지 반찬을 여섯 번 따로따로 요청했다.
그 서빙을 나래 어머니가 하자, 형준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정연은 그걸 눈치채고 형준의 옆구리를 꽉 꼬집었다.
“야…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아니야~ 그냥 한 번에 시키면 놓치시더라고~”
“어우… 진짜…”
결국 후식까지 먹고 식사가 끝났다.
정연의 아버지는 형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고맙다. 정연이랑 앞으로도 잘 지내라."
형준은 정중히 고개 숙이며 인사했다.
그리고… 식당 입구.
서빙 중인 이나래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지만 형준은
아예 못 본 척 지나쳐 버렸다.
그걸 본 엄마가 등짝을 내리쳤다.
“야! 인사 안 해?! 예의가 없게!”
“아… 아파! 아파요!”
형준은 머리를 감싸며 인사 없이 유유히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