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거리, 차가운 거리
교실이 조용해졌다.
나래의 외침이 공기를 갈랐다.
형준과 규만은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에 앉았지만, 나래는 그들을 바라본 채 입을 열었다.
“너희들… 특히 정규만, 안형준, 서우덕.
나랑 민지랑, 정연이랑… 뭐가 그렇게 달라서 그렇게 차별해?
같은 반 친구잖아. 이건 너무한 거 아냐?”
규만과 우덕이 뭔가 말하려던 찰나, 형준이 먼저 일어섰다.
정연이 다급히 그의 팔을 붙잡았다.
“형준아… 제발… 하지 마.”
수빈도 나래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지만, 나래는 멈추지 않았다.
“왜 정연이한텐 그렇게 잘하면서, 나한텐 그렇게 쌀쌀맞아?
정말 모르겠단 말이야…”
형준은 천천히 한숨을 내쉬고, 말을 뱉기 시작했다.
“첫째. 정연이는 예쁜데 넌 못 생겼어.
둘째. 넌 맨날 루비코 환상에 빠져 있어서 싫어.
셋째. 혼잣말할 때마다 오싹해.
넷째. 무시하려 해도 자꾸 나타나서 짜증 나게 내 인생에 태클을 걸어.
다섯째. 그냥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더니, 오늘 일로 아주 확실하게 마음에 안 들어.”
정연의 얼굴이 굳어졌다.
교실엔 숨소리조차 멎은 듯한 정적이 감돌았다.
하지만 형준은 한 마디를 더 얹었다.
“정연이랑 있으면 웃음이 저절로 나와. 기분 좋아져. 오늘처럼 같이 무언가를 해도 좋지만 꼭 같이 뭘 안 해도 그냥 마음이 편해.
근데 넌 그냥 날 짜증 나고 화나게만 만들어.
그래서 난 너한테 잘해줄 생각 없어.
그럴 시간에, 날 즐겁게 해주는 사람들한테 더 잘해줄 거야.
됐냐? 이게 너랑 정연이의 차이야.”
우덕이 조용히 박수를 쳤다.
“MC 스나이퍼도 울고 가겠는걸…”
지수는 망설임 없이 그의 등을 후려쳤다.
“지금 그럴 때 아니거든.”
나래는 말없이 그대로 굳어 있다가, 입술을 꽉 깨물고는 교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수빈도 그 뒤를 조용히 따라나섰다.
교실은 다시 침묵.
태연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 형준아, 너 진짜 사악하다.”
성곤도 한마디 보탰다.
“진심으로 싫어하는 거였구나…”
규만은 입에 있던 가래떡을 겨우 삼키고 말했다.
“아… 내가 할 말 다 해줬네. 난 말 안 해도 되겠다.”
정연은 아무 말 없이 형준을 바라봤다.
그의 말 하나하나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웃고, 기분 좋아지고,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아. 그리고 이뻐.’
형준은 그런 정연을 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왜? 너는 나랑 있으면 안 즐거워?
오늘도 그렇고, 학교생활도 그렇고,
나는 너랑 같이 생활하는 거 진짜 재미있는데”
정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