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92화 울음은 소리 없이

환호 속에 묻힌 한 사람의 울음

by 동룡

경찰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요한 한숨을 내쉰다.

“학교가 참 시끄럽군요...”

그 말에 교무실은 묘한 정적이 흐른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체육시간에 일부러 다리를 걸고, 화장실에서 울게 만들고... 거기다 ‘그 애랑 친하게 지내면 왕따 된다’는 식으로 협박까지 했다면서요? 그걸 유정연, 김민지 어린이가 들었고요?”

그 말에 정연과 민지가 동시에 이마를 짚는다.

“네 맞아요.”

예린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인다.

“네… 맞아요. 우정카드로도, 계속... 그런 말을 했어요…”

하지만 경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협박죄로 보긴 어려워요. 형사사건으로 다루기엔 무리가 있어요. 선생님들, 아이들 잘 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교무실을 빠져나갔다.


교육청에선 교장 선생님에게 ‘진실을 철저히 조사해 공식 입장을 내라’는 공문을 보내온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운동장은 아직 시끄럽다.

아이들은 여전히 ‘학교 가기 싫어요’를 외친다.

그때, 교장 선생님이 직접 마이크를 든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했다.

“사랑하는 인성초등학교 1학년 친구들~
여러분의 외침은 충분히 잘 들었고, 진심으로 귀 기울이겠습니다.
여러분의 요구에 대한 답은, 오늘 안으로 방송으로 이야기하고, 추가적으로 학교 중앙현관에 공지로 붙이겠습니다.
그러니 이제, 제발 교실로 돌아가 주세요.”


말을 마치자 아이들은 드디어 머뭇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교실로 돌아온 선생님의 얼굴은... 딱 봐도 폭삭 늙은 얼굴.
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오늘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누군가 잘못을 했을 때, 우리 어른들도 실수하고 후회하니까...
조금만, 너그러운 마음을 가졌으면 해요.
그러니 그 머리띠는... 이제 좀 벗자, 응?”

아이들은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형준의 머리엔 투쟁 머리띠가 묶여 있었다.

정연이 형준 옆에 앉아 조심스레 말한다.

“이유 많겠지?
내가 나래 아줌마한테 맞은 일, 네가 경찰에 불려 간 일… 그리고…
그날... 말 못 했던 것도… 다 쌓였잖아.
그날 너, 내 앞에서 참 든든했어.
그러니까, 이젠 화 좀 풀어주면 안 돼?”

형준은 고개를 푹 숙인다.


“근데 아무것도 안 변했잖아...
그냥, 방법이 없었어…”

그 말에 옆자리 규만이 벌떡 일어나 외친다.

“그럼!! 더 크게 시위하자! 쉬는 시간마다 학교종이 쨍그랑 불러!
투쟁이다아아아아!!”

그러자 민지가 눈을 부릅뜨고 규만의 귀를 잡아당긴다.

“야! 너는 왜 맨날 같이 끼냐? 형준이도, 예린이도 다 이유라도 있지!
넌 그냥... 문제야!! 머리띠 벗어, 당장!”

규만은 억울해하면서도 조용히 머리띠를 벗는다.


수빈은 책상에 엎드려 펑펑 울고 있었고,
대용은 ‘학교종이 쨍그랑’을 개사한 시위송을 복도에서 부르다가 지수에게 잡힌다.

“야, 나대용!! 너 진짜... 제발 좀…
나는 네가 이런 애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지수의 눈빛에 대용도 말문이 막힌다.

그리고, 방송이 울린다.

“최수빈 어린이는 내일부터 한 달간 교문 앞 청소를 하고,
방송을 통해 친구들에게 공개 사과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나래 어린이 역시 복귀 즉시 같은 벌을 받게 됩니다.
모두 너그러운 마음으로 친구를 용서해 주세요.”

순간, 교실은 환호성으로 가득 찬다.
아이들은 서로 머리띠를 벗겨주며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고개를 숙인 수빈은 더 크게 울기 시작한다.
그 울음은 환호에 묻혀 들리지 않았지만...
민지는 조용히 수빈을 바라본다.
그 표정엔…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서려 있었다.

다시, 평범한 학교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모두가 고개를 돌린 그 순간에도… 누군가는 아직,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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