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94화 울면서 말하던 그 말

죽고 싶다는 말, 진짜 믿어줄 사람 한 명만 있어도...

by 동룡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야…?”

태연은 굳은 얼굴로 예린과 수빈을 번갈아본다.
복도 구석 화장실. 젖은 머리와 옷, 그리고 온몸에 흰 노른자 자국.
수빈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다.

“수빈이는 꼴이 왜 저래…?”

예린은 여유롭게 머리카락을 넘기며 말한다.

“핑계만 대더니 계란 맞고 나한테 빌더라고.
근데 나는? 용서할 생각이 없는데? 불만 있으면… 전학 가라고 했지~”

“뭐라고?”

태연의 눈썹이 떨렸다. 평소의 조용하고 온화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게... 지금...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그건? 너무 하잖아!!”

그때,
화장실 문이 또 열리며 지수와 정연이 들어선다.


지수는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뭐야 이게! 계란은 또 왜 맞았는데?!
야 정예린, 너 미쳤어?!”

정연은 말없이 수빈을 바라본다.
이미 울다 지쳐 엉망이 된 얼굴. 무릎을 꿇은 채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지수가 수빈을 붙잡아 일으켜 세우려는 순간,
수빈은 몸을 틀더니 정연 앞에 무릎을 꿇고 기어가기 시작한다.

“제발… 정연아… 용서해 줘… 그리고 한 번만… 도와줘…”

수빈의 말은 흐느낌 사이사이 끊겨 나왔다.

“내가 진짜… 잘못했어…
학교 오는 게… 너무 무섭고… 아침에 눈 뜨는 것도 싫어…
오늘 또 누가… 무슨 말을 할지 무섭고 나래처럼 길 가다 맞을까 봐 무서워…
하루하루가 지옥이야…”

정연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넌… 인기 많고… 예쁘고… 든든한 남자친구도 있잖아…
형준이 한마디만 하면,
무서운 애들 열 명도 움직이잖아…
하녀가 되라면 될게…
그러니까… 나 한 번만 살려줘…”

그 순간. 복도 저쪽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온다.

“분위기 심상치 않네?”

민지였다.
수빈의 울음을 보며,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했다.

“정연이는… 아무리 화나도 사람 이렇게까지 만들 애는 아닌데?”

정연은 침묵했고, 민지는 시선을 예린에게 던졌다.


“정예린. 설명해 봐.”

예린은 아까 태연에게 했던 말을 반복하며 시크하게 말했다.

“그냥… 지가 울면서 비니까… 내가 거절한 거야. 불만 있으면 전학 가라고 했고~”

그 말에 수빈은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너희들 모두 할 수 있잖아!! 다… 다 움직일 수 있잖아!!
민지 넌 규만, 지수 넌 대용!!
예린… 넌 우덕이도 움직이게 할 수 있잖아!!
나 진짜… 죽고 싶어… 너희들은 학교 오는 게 어떨진 모르겠지만 나한테 학교는 지옥이야…
부탁이야… 부탁해… 나 좀 살려줘…”

모두가 말이 없었다.
수빈의 오열만이, 화장실 안에 메아리쳤다.

그때, 정연이 갑자기 복도로 고개를 내밀었다.
지나가는 아이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야! 부탁 좀 하자.
안형준. 지금 당장 여기로 오라고 전해.

그리고 가능하면… 그 친구들까지 다 데려오라고.”

조용하던 공기,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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