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95화 분노보다 소원이 먼저니까

그날, 가장 평범한 아이가 되고 싶었던 소녀

by 동룡

형준은 경호팀 아이들에게 ‘계란 투척’ 작전의 성공을 축하하며, 학교 매점에서 사 온 스페셜 간식을 하나씩 나눠주고 있었다.
“진짜 너네는... 나의 드림팀이야. 내가 쏜다~!”

그때였다. 누군가 형준에게 귀속말을 했다.
정연이 보낸 심부름이었다.


"형준, 여자 화장실 쪽에서... 좀 일이 터졌대.

정연이가 와달래."

형준의 얼굴이 굳었다.


"… 공주님이 부르면 가야지."


요즘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있던 규만도,
형준이 하던 게임과 사채 운영을 이어서 맡던 대용도,
장부 정리하며 혼자 피식 웃던 우덕도,
모두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국, 덕군 컴퍼니 핵심 간부 4명 전원.
여자 화장실 앞으로 출발한다.

가장 먼저 도착한 형준은 상황을 둘러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우리 공주님~ 뭐야 또? 누가 괴롭혔어?”

정연은 차분하게 말했다.
“형준아, 나 소원 하나 있잖아. 들어준다 했지? 별도 따다 준다며...

“응… 들어줘야지. 말만 해.”

정연의 얼굴이 평소와 다르게 진지했다.
“수빈이... 도와줘. 괴롭힘 없이 평범하게 학교 다닐 수 있게. 나랑 같이.”

순간, 형준의 눈썹이 들썩였다.
“뭐라고...? 지금 그걸 소원이라고 해...?

쟤가 우리한테 한 짓 모르진 않잖아.”

그리고는 수빈을 노려보며 말했다.
“정연이한테 별 따주기 전에, 니 모가지를 먼저 따줘야겠네. 일로 와봐. 또 무슨 수작으로 우리 순수한 정연이를 흔든 거야!!”

형준은 곧장 화장실 옆 대걸래를 들어 올리더니 부러뜨려 몽둥이처럼 만들었다.
수빈은 지수와 태연 뒤로 숨으며 바들바들 떨었다.

“형준아...”
정연이 형준을 등 뒤에서 껴안았다.
“내 첫 번째 소원인데... 다 못 들어줘도, 조금만 들어주면 안 돼?”

형준은 눈을 질끈 감고 대걸레 자루를 바닥에 꽂듯이 내리쳤다.
“진짜... 알겠어. 용서는 해줄게. 하지만 도움까진 못 주겠어. 나도 인간이야.”

그러고는 “에잇!” 하며 대걸레 자루를 반으로 부러뜨리곤 화장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뒤에서 지수가 외쳤다.
“야야야!! 이왕 해주는 거, 웃으면서 해주면 덧나냐!!”

태연도 맞장구쳤다.
“진짜 성질머리는 어디 안 가!! 못됐어 진짜!!”

정연은 수빈을 돌아봤다.
“됐지? 하녀니 뭐니, 그런 소리 이제 하지 마. 무릎 꿇고 빌고 그러는 거... 친구끼리는 그런 거 아니야.”

수빈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연은 웃으며 화장실을 떠나고 복도로 나온다.
“야!!” 정연의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형준을 향한 고함이었다.
“근데 멀쩡한 대걸래는 왜 부러뜨려?! 어디서 그런 못된 거 배웠어!!!”

뒤이어 규만이 숨을 몰아쉬며 도착했다.
민지는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제 내 차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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