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97화 소원은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소원 한 방으로 인생을 배우는 법

by 동룡

우덕은 세면대에 기대어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번 일... 어쩐지 수지가 안 맞는다.
머릿속에서 복잡한 셈이 돌아가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그냥 용서 안 해주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조용히 서 있던 태연이 입을 열었다.
“내가... 너 하는 사업 홍보모델 해줄게. 대신 단 하나만. 뭐든 상관없어. 게임이면 게임, 간식이면 간식. 딱 하나. 한 학기 동안.”

우덕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는... 욕망의 항아리처럼 천천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하... 하하하하. 그래! 좋아~ 다음 학기, 넌 어떤 사업이든 우리 모델이야. 그것만으로도 난 만족이야~ 용서? 어렵지 않지!!”
우덕은 손바닥을 털며 문을 향해 걸어가다가 한마디 더 덧붙였다.

“아, 그리고 예린이. 우리 멤버잖아? 잘 꼬드겨 봐~ 난 바빠서 이만~”

문이 닫히고 조용해진 화장실.
예린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나한텐 어떤 거래를 할 건데?”


지수는 싱긋 웃었다.
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너랑은 거래 안 해. 주요 멤버들은 이미 다 끝났어~ 너는... 네 마음대로 해~”

예린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민지가 수빈을 챙기며 말했다.

“예린아~ 너네 친구들 다 끝났어. 그 와중에 너라도 잘해봐.
근데 말이지... 이 정도 스케일의 일은 이제 다시 못 만들걸?”

그 말이 끝나자, 수빈은 울음을 터뜨렸다.
“흑... 정말... 정말 고마워... 다들... 흑흑...”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하고, 수빈은 눈물범벅 얼굴로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예린은 그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입술을 꾹 다문 채.


한편, 교실.

형준은 책상에 턱을 괴고 입을 쭉 내밀고 있었다.
“규만이랑 대용이는 뭔가 하나씩 얻었는데… 왜 나만… 소원 들어준단 소리는 괜히 해서…”
그는 공책에 삐뚤빼뚤 적었다.
소원 들어주기는 신중히… 다음부터는 잘 생각하고 말하기.

그 옆에서 규만은 활짝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
“우리 서울랜드 가~ 서울랜드 간다고~ 민지랑 둘이~”

대용은 하트 100개를 접어 유리병에 담았다.
병은 지수 책상 위에 조심스럽게 놓였다.

“진짜 일주일만. 진심으로 사귀는 거야. 정해진 기한 안에 끝내면, 그땐 진짜 아는 척 안 할게.”

지수는 아무 말 없이 병을 바라봤다.
그리고 살짝, 웃음인지 긴장인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

그때, 문이 덜컥 열리며 선생님이 들어왔다.

대용은 “아 망했다”는 표정으로 쏜살같이 자기 반으로 도망쳤다.

선생님은 지수 자리 위의 하트병을 보더니 웃었다.
“오~ 지수는 좋겠다~ 이런 것도 받고~ 와~ 요즘 우리 반 분위기 아주 따뜻하네~
형준이는 이런 거 안 하니?”

형준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 소원 하나 들어줬어요. 엄청 큰 거로요. 이번 일로 배웠어요.
함부로 소원 걸면 안 된다는 거요... 진짜로요...”

정연은 그 말을 듣더니, 조용히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을 본 형준은 순간 등줄기가 오싹했다. 뭔가, 뜨끔했다.

“자~ 오늘은 새로운 활동 할 거예요!”
선생님이 손뼉 치며 말했다.
“‘칭찬받기’입니다! 앞으로 나와서 친구들이 한 명씩 칭찬해 주는 거예요~
자~ 누가 먼저 해볼까요?”


형준은 고개를 푹 숙였다.
“진짜... 누가 나 칭찬 좀 해줬으면 좋겠다… 위로가 필요해요…”

그 순간, 정연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준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설마… 설마 나 칭찬하려고…?”

정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교탁 앞으로 걸어갔다.
형준의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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