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98화 괜찮다고 했지만 괜찮지 않았다

모두가 웃을 때, 누군가는 주먹을 말았다

by 동룡

형준의 눈빛은 반짝였다.
정연이 교탁 앞으로 나가는 걸 본 순간, 마음속에서 작은 불꽃이 피었다.
‘설마... 나 칭찬하려고? 설마...’

하지만 불꽃은 금방 꺼졌다.
정연은 담담히 입을 열었다.

“저는... 오늘 수빈이를 칭찬하고 싶어요.”

형준의 눈이 텅 빈 구멍처럼 멈췄다.
정연은 말한다.

“아까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 다들 몰랐을 텐데요.
수빈이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엉엉 울면서 고맙다고 말했어요.
그 모습이... 진심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전, 그 용기와 진심을 칭찬하고 싶어요.”

교실은 조용했고, 이내 따뜻한 박수가 터졌다.
지수, 태연, 민지, 예린까지 이어진 릴레이는 예상보다 따뜻하고 훈훈하게 흘러갔다.
서로를 향한 작은 진심들이 쌓여가며, 박수는 자연스레 커졌다.

그리고 종이 쳤다. 쉬는 시간.
아이들은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정연, 민지, 지수, 태연은 수빈 자리로 모여들었다.
정연이 말했다.
“야~ 우리 아까 말한 대로 간식 나눠먹자~ 수빈이한테 선물처럼~”

지수는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책상 아래를 들여다봤다.
“…근데, 어라? 간식이 없어. 원래 이 시간쯤이면 왔어야 되는데?”

민지도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이상하네... 맨날 형준이랑 같이 우르르 오던 애들인데... 오늘은 아예 안 보인다?”


그때, 예린이 슬쩍 다가와 정연의 팔을 툭 쳤다.
“학교 주차장 쪽 담장 뒤에 뒷산 있는 거 알지?”

정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예린은 말을 이었다.
“거기 나무에 샌드백 세 개 묶여 있어. 거기 갔을 거야.
잔뜩 삐져서.”

정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 왜? 왜 삐졌는데?”

예린은 자기 이마를 탁 쳤다.
“아오... 진짜... 넌 진짜...
아까 칭찬 릴레이 때, 그래도 한마디 정도 해줬으면 됐잖아.
다들 원하는 거 얻었는데, 얘는 진짜 아무것도 못 받았잖아.
너 소원 들어준다고 포기한 건데…”

잠시 말을 멈추던 예린은 마지막에 조용히 덧붙였다.
“… 최수빈한테 쌓인 것도 많았고, 미워했던 것도 많았을 텐데...
그거 다 덮고 네가 부탁한 소원 하나로 용서했는데...
칭찬에서조차 자기 이름 안 나오니까, 얼마나 허탈했겠냐고...
넌 그거 모를 애 아니잖아.”


정연은 말이 없었다.

쉬는 시간이 끝났고, 종이 울린다.
그리고 잠시 후.

형준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땀을 흠뻑 흘린 얼굴. 머리는 젖었고, 손등은 벌겋게 부어있다.
세수를 했는지 얼굴은 깨끗했지만, 표정은 무표정 그 자체.

자리에 앉자마자, 정연의 머리를 툭 쓰다듬고,
말 한마디 없이 책상에 엎드린다.

그 행동은 너무나 조용해서, 오히려 교실을 고요하게 만든다.

그 옆에서 우덕이 조용히 속삭인다.
“둘이 잠시 멀어졌던 그날 기억나냐?
그날, 쟤 손 다 찢어질 때까지 샌드백 쳤어
근데 지금 보니까... 찢어지진 않았네 좀 부어있긴 해도.”

정연은 멍하니 형준을 바라본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 고개를 파묻은 어깨,
그리고 조용한 숨소리.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얘를... 어쩌면 좋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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