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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맨발 걷다. 4코스, 귤농장, 목장, 표선리

by 신피질

어젯밤 저녁 늦게까지 식당에 있다가 밖으로 나와서 본 제주의 밤하늘에 별들이 가득했다.


별들이 어찌나 크고 선명했던지 가슴이 설레기조차 했다. 얼마 만에 별을 보고 이렇게 설렐까? 도시에서 존재마저 희미했던 별이 두 눈에 꽉 찼다.


제주의 밤은 깊고 길다고 농장주는 말했다.


새벽에 닭과 꿩의 울음소리에 잠이 깼다. 수탉들이 씨름판에 나온 선수처럼 핏대를 세우고 모든 기운을 모아 우는 소리 같다.

자연의 힘이 가득한 그 소리는 새벽 네 시부터 겹겹이 울기 시작해서 이른 아침 여섯 시인 지금까지 울고 있다.


창틈으로 차가운 아침 공기가 서서히 들어오며 온갖 자연의 소리가 따라 들어온다.


가장 세차게 우는 수탉, 가락 있는 뜸부기 울음소리, 조잘대는 참새소리, 풀벌레 소리로 농장에는 짐승과 벌레와 나무와 바람의 합창이 아침을 연다.


농장에는 뱀도 있다고 하니 우리가 들을 수 없는 고주파 음으로 아침을 맞을 것이다. 꿩도 이곳저곳에서 후드득거리며 소리 내며 난다. 아침부터 머리만 처박고 도망가는 시늉을 하는 꿩이 있는지도 모른다.


농원에서 아침 7시에 나와 버스를 타고 이틀 전 잠잤던 홍 할머니 민박집으로 다시 갔다. 그곳까지 가는 버스가 있어서 버스를 타고 갔다. 버스로도 30여분이 걸렸다.


아무리 사람이 천천히 걸어도 오랫동안 걸으면 하루 만에도 꽤 멀리 간다. 깜박 놓고 온 티셔츠 옷을 찾고 오는데 한참 동안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옷 찾는데 두 시간이나 소모하고 아홉 시 반에 김영갑 갤러리에서 다시 3코스를 출발했다.


길은 어제처럼 농장이 지속되다가 해안 길에서 끝났다. 해안 길에 거대한 말목장이 있다. 목장 주인이 사유지를 통과할 수 있도록 배려해서 바다와 연결된 넓은 초원의 개활지를 통과할 수 있다.


넓은 초원의 개활지 잔디 위를 맨발로 걸었다.


발은 잔디를 밟는 감촉을 느끼고 얼굴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받는다.

설렘이 일어난다.


바람, 햇빛, 주변에 대한 따뜻한 감정이 일어난다.


맨발로 잔디를 밟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넓은 개활지를 걷는 이 순간은 내 온 영혼이 사랑으로 가득하다.


4말목장.png

(해안가에 있는 넓은 말 목장)



표선 해수욕장은 넓은 갯벌이 모두 모래다.

올레 길은 굽은 도로를 따라가지만 모래 갯벌을 가로질러간다.


마치 사막을 가로지르듯 파도 모양의 궤적을 그려놓은 모래 갯벌을 걸었다.

4표선 해수욕장.png

표선해수욕장 백사장


표선 해수욕장 근처 맥도널드에서 모처럼 햄버거로 늦은 점심을 했다.

오늘은 군대에서 장거리 훈련하는 것처럼 걸었다.


4코스 끝까지 가는 것으로 목표를 세우고 다소 빠르게 걸었다. 4코스는 주로 해안가를 걷는 길이다.

해안가는 끝없이 양식장이 이어진다. 이곳 양식장들은 공장 같은 분위기다.

해안가에 있는 길인데 단순하지 않고 다양하게 펼쳐진다. 제주도 해안가의 대부분은 시커먼 용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화산 폭발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제주도 전체 해안에 용암이 가득하다. 모양도 기암괴석처럼 큰 것도 있고 아주 작은 조각돌 형태 등 각양각색이다.


4 현무암길.png

거친 용암 올레길


해안가를 지나 중간 지대라 할 수 있는 토산리에 왔다. 제주도 중간지대 마을은 대부분녹음이 짙어 조용하고 선선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중간지대 많은 마을에는 4.3의 아픈 역사가 있다. 처절한 슬픈 역사에도 불구하고 마을은 꽃과 나무가 가득해서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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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산리 4.3 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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