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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2편 최첨단 정밀 장치 모기 침

모기는 어떻게 피를 빠나?

by 신피질

여름밤, 귓가에 맴도는 모기의 윙 소리에 우리는 눈살을 찌푸린다.


하지만 그 작디작은 몸속에는 인류가 아직 다 배우지 못한 놀라운 정밀 장치가 숨어 있다.

모기가 단순히 바늘 하나로 피부를 찌르고 피를 빠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현미경을 들여다보면 모기의 침은 무려 여섯 개의 가느다란 바늘로 이루어진 정교한 구조물이다.


모기의 입은 작고 긴 주둥이, 프로보시스라 불리는 기관이다.

그 속에는 여섯 갈래의 침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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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침 구조 )



두 개의 침은 피부를 잡아주고, 또 다른 두 개는 마치 톱니처럼 움직이며 살을 잘게 갈라 혈관으로 나아간다. 그 사이 한쪽은 침을 주입하는 통로이고, 다른 한쪽은 피를 흡입하는 통로다.


모기는 단순히 상처를 내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파이프를 동시에 사용하는 정교한 기술로 흡혈을 완성한다.


사람이 모기에 물릴 때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기는 먼저 침을 주입한다.


그 속에는 마취 성분이 있어 신경을 무디게 만들고, 동시에 항응고제가 들어 있어 혈액이 굳지 않도록 한다.


우리는 피가 몰래 빠져나가는 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면역 반응이 일어나 가렵고 붉은 자국이 남는다.


피를 빠는 건 오직 암컷 모기의 몫이다.

암컷은 알을 낳기 위해 반드시 혈액 속 단백질과 철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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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를 빨고 있는 암컷 모기 )


반면 수컷은 그런 장치가 없다.

그들의 입은 피부를 뚫지 못할 만큼 무디고, 대신 꽃의 향기를 잘 감지하는 깃털 같은 더듬이가 발달해 있다. 수컷은 오직 꿀과 식물의 즙만을 먹으며 살아간다.



모기의 머릿속에는 미세한 펌프 기관이 자리하고 있다.

피부 속에서 흡입된 피는 이 펌프의 움직임을 통해 빨려 들어간다.


초당 수십 번이나 작동하는 이 작은 펌프는 사람의 주사기보다 정교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지금도 모기의 흡혈 구조를 연구하며, 무통 주사기나 정밀 의료 장비 개발에 영감을 얻고 있다.


피부 속에서 혈관을 찾아내는 방식 또한 경이롭다.


모기는 단순히 운에 맡겨 침을 찌르지 않는다.


열의 미세한 차이를 감지해 따뜻한 혈류를 추적하고,

이산화탄소와 젖산 같은 화학 성분을 느끼며 혈관의 위치를 짐작한다.


침 끝에 전해지는 감각으로 피부 속 구조를 더듬으며 마침내 모세혈관을 찾아낸다.


작은 곤충이 보여주는 탐지 능력은 첨단 센서를 능가한다.


사실 모기의 주식은 꿀이다. 암컷도 산란기가 아닐 때는 꽃에서 당분을 얻어 살아간다.


그러나 생명을 잉태할 순간이 다가오면, 위험을 무릅쓰고 피를 찾아 나선다. 그 본능 덕분에 모기는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병원체의 운반자가 되었다. 말라리아, 뎅기열, 일본뇌염 등 역사 속 수많은 전염병이 모기를 매개로 퍼져 나갔다. 작은 곤충이 인류 최대의 살인자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동시에 모기는 인간에게 영감을 주는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침 끝, 초정밀 펌프 구조, 그리고 눈부신 탐지 능력은 자연이 만든 최고의 나노공학 장치다. 우리는 그 존재에 짜증을 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 정밀한 생존 전략을 배우고 있다.


작은 모기 입 속에 숨어 있는 비밀은 인류의 과학과 의학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지도 모른다. 모기는 우리를 괴롭히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미래를 비추는 연구의 선생이기도 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정교한 생존 전략 덕분에 모기가 이미 1억 년 전 공룡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아 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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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박 속에 있는 모기 화석 )


오늘날에도 3천 종이 넘는 다양한 모기가 알려져 있으며, 지구 위를 날아다니는 개체 수는 수조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작디작은 몸짓으로도 지구 생태계의 한 축을 지켜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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