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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림프, 그리고 물 한 잔의 여정

림프관 및 림프구 등 면역 체계 설명 및 면역력 기르는 방법

by 신피질

우리는 혈관은 익숙하지만, 림프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혈관은 우리 몸을 따라 약 10만 킬로미터, 지구 두 바퀴 반을 도는 길이를 이루고 있다. 림프관 역시 수만 킬로미터에 달해 전신을 촘촘히 덮고 있지만, 늘 눈에 띄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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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장, 조직액, 림프액


혈액은 혈장(액체 성분)과 세포 성분(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으로 나뉜다. 혈장은 90% 이상이 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단백질, 영양분, 전해질이 녹아 있다.


혈장은 모세혈관에서 압력 차에 의해 일부가 여과되어 세포 사이 공간으로 스며들며, 이를 조직액이라 부른다.

조직액은 세포에 산소와 영양을 전달하고, 노폐물을 거둬들인 뒤 일부는 다시 혈관으로 흡수된다.


그러나 다 회수되지 못한 잔여 조직액은 림프관 안으로 들어가며, 이때부터 이름이 림프액으로 바뀐다.


즉, 림프액은 혈장 일부가 혈관을 떠나 세포 사이를 거친 뒤 림프관으로 들어가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림프액은 림프관을 따라 이동하다가 쇄골 밑의 큰 정맥에서 다시 혈액과 합류한다.


혈장 → 조직액 → 림프액 → 정맥으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를 통해 몸속 수분과 영양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 셈이다.



림프관과 면역의 비밀


림프액 속에는 림프구라는 면역세포들이 실려 있다. 림프구는 백혈구의 한 부분으로, 이 중 B세포는 항체를 만들고, T세포는 감염세포를 제거하며, NK세포는 암세포와 바이러스에 맞선다.


따라서 림프관은 단순한 배수관이 아니라 면역의 통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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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역시 치밀한 역할 분담 속에 움직인다. 적혈구는 산소를 나르고, 백혈구는 세균과 싸우며, 혈소판은 혈전을 만들어 출혈을 막는다. 이렇게 혈액과 림프는 서로 다른 길을 달리지만, 결국 한 몸의 방어와 생존을 위해 협력한다.



물 한 잔의 여정


우리가 마신 물은 위를 거쳐 소장에 도달한다. 소장 점막의 융모와 미세융모는 표면적을 크게 넓혀, 물이 삼투압 원리에 따라 혈관 속으로 흡수되게 한다.


흡수된 물은 소장의 모세혈관으로 들어가 문맥을 통해 간으로 간 뒤, 다시 심장을 거쳐 전신의 혈액순환에 합류한다.


이렇게 들어온 물은 곧바로 혈장의 일부가 되고, 혈장은 조직액과 림프액을 거쳐 다시 혈액으로 되돌아온다.


즉, 물 한 잔은 혈액이 되고, 다시 림프액이 되어, 결국 또다시 혈액으로 돌아온다.



림프의 중요한 기관들


림프관 중간중간에는 림프절이 자리 잡고 있다.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장간막 등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작은 기관은 세균과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면역 필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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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선은 T세포가 성숙하는 곳, 비장은 혈액을 정화하며 면역 반응을 조율한다. 그리고 소장에는 페이어소절이라는 면역 림프조직이 있어 음식과 함께 들어오는 외부 침입자를 감시한다.


암세포가 림프관을 타고 이동하다가 림프절에 달라붙어 자라는 현상을 우리는 림프절 전이라고 부른다. 림프절이 “검문소”라면, 암세포는 그 앞에서 발각되지 않고 머물며 세력을 키우는 불청객이다.


시냇물과 바위의 비유


림프절을 자연의 풍경에 빗대어 본다면, 마치 시냇물 속 바위와 같다.

물이 흐르다 보면 이끼나 낙엽 조각들이 그냥 흘러가기도 하지만, 바위에 걸려 붙기도 한다.

림프액은 시냇물처럼 몸을 따라 흐르고, 그 속의 세균이나 암세포는 바위 같은 림프절에 걸려 머무르기도 한다.

이 비유 속에서 림프절의 역할이 훨씬 선명하게 다가온다.



몸속의 강, 림프를 깨우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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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이 10만 킬로미터의 거대한 강줄기라면, 림프관은 6만 킬로미터의 작은 지천이다.

이 길을 따라 림프액이 흐르고, 림프구라는 파수꾼들이 면역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 강에는 심장 같은 펌프가 없다.


우리가 숨 쉬고 움직여 줄 때에야 비로소 흐르기 시작한다.

그래서 림프를 깨우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움직임이 곧 흐름이다.


걷기, 가볍게 뛰기, 스트레칭, 요가.

근육이 수축할 때마다 림프는 밀려나가고, 깊은숨을 쉴 때마다 가슴속 압력 변화가 림프를 당겨준다.

움직임은 림프의 심장인 셈이다. 하루에 30분만 걸어도 몸속의 강은 살아난다.



물은 림프의 생명수다. 림프액의 대부분은 물이다.

물을 충분히 마시면 림프는 맑고 빠르게 흐른다.


반대로 갈증이 오래 이어지면 림프는 탁해지고, 면역세포는 제자리를 찾기 어렵다.

조금씩 자주, 하루 두 리터의 물은 림프를 지켜주는 가장 간단한 습관이다.



밥상이 곧 면역의 뿌리다.


채소와 과일의 색깔 속 항산화 물질, 통곡물의 섬유질, 콩과 생선의 단백질.

이 모든 것이 림프구의 재료가 된다.


김치와 요구르트 같은 발효음식은 장 속 균형을 잡아 면역을 튼튼하게 한다.

반대로 단것과 기름진 가공식품은 림프구의 힘을 빼앗는다.

어떤 밥상을 차리는지가 곧 면역을 기르는 일이다.


잠과 평온, 보이지 않는 방패


잠들어 있는 동안 우리 몸은 싸움에서 다친 군대를 회복시킨다.

이때 림프구가 신호를 주고받으며 다시 힘을 얻는데, 바로 사이토카인이라는 작은 단백질이 메신저 역할을 한다. 사이토카인은 세포들에게 “움직여라, 싸워라, 진정하라” 하고 지시하는 몸속 언어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은 이 신호를 흐리게 만들고, 충분한 잠과 평온은 림프를 위한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된다.


따뜻함과 작은 습관들


가볍게 온찜질을 하거나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는 것도 림프의 순환을 돕는다.

장시간 앉아 있지 않고, 틈틈이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 것. 이 작은 습관들이 모여 면역의 길을 넓혀 준다.



림프와 면역을 지키는 법은 거창하지 않다. 움직이고, 숨 쉬고, 마시고, 먹고, 자는 일상 속에 다 숨어 있다.

몸속의 강을 맑게 흐르게 하면, 우리는 더 가볍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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