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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왜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가?

3부 AI 시대 세상의 판이 바뀐다. 7. AI의 일자리 영향

by 신피질

AI는 언어를 이해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며, 인간의 판단을 모방하는 거대한 지적 인프라가 되었다.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기술을 만들어왔지만, 이제는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재정의하고 있다. 이 변화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배움의 능력, 즉 재교육과 평생학습이다.

AI가 산업을 재편하는 속도는 인간의 적응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025년까지 전 세계 일자리의 절반이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의 영향을 받아 기능이 재정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OECD 또한 현재 존재하는 직업 중 4분의 1이 자동화 위험에 놓여 있으며, 노동자의 60%가 재교육을 받지 않으면 향후 5년 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변화는 일이 아니라 인간의 역할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AI는 단순한 효율의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사고 구조를 바꾸고, 업무의 형태와 학습의 방식을 함께 재구성한다. 한때 기술을 익히면 십 년은 버틸 수 있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기술의 유효기간이 2~3년이면 끝난다. IBM 연구에 따르면 직무 기술의 평균 반감기는 3년 이하로 줄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한 번의 교육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속적인 재학습이야말로 생존의 최소 조건이 되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지금 배우는 것의 대부분은 몇 년 안에 쓸모없어질 수 있다. 하지만 ‘배우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AI 시대에 배워야 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고의 언어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학습하지만, 인간은 맥락을 해석해야 한다. AI는 결과를 제시하지만, 인간은 그 결과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AI 시대의 학습은 코드를 외우는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에게 어떻게 질문을 던지고, 어떤 기준으로 결과를 판단할 것인가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히는 대신, 프롬프트를 설계하고 AI와 협업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AI를 명령하는 기술보다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고력이 훨씬 중요해졌다.

산업 현장을 보면 그 변화는 더 명확하다.

제조업에서는 엔지니어가 데이터를 해석해 결함을 예측하고, AI가 제안한 공정 변경안을 검증해야 한다. 즉, “AI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가”를 읽어내는 데이터 문해력이 필요하다.


금융업에서는 AI가 만들어낸 리스크 예측이나 투자 분석 결과를 그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그 알고리즘이 어떤 변수에 의존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의료 분야에서는 AI가 영상에서 암을 판별하는 정확도는 이미 인간을 능가한다. 하지만 의사는 여전히 결과를 인간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왜 AI 가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설명하고 환자와 윤리적으로 소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판단의 근거를 인간으로 언어로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역량이 필요하다.


교육과 행정에서는 AI가 작성한 보고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지역과 사회의 맥락에 맞게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예시는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진다. AI가 제시한 결과를 이해하고 재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배움을 멈추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배우지 않는 사람은 기술이 아닌 사회로부터 소외된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생산성 차이는 이미 다섯 배 이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Chat GPT. Copilot. Notion AI 등을 자유롭게 다루는 인력은 그렇지 않은 인력보다 프로젝트 속도, 오류 수정, 보고서 품질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앞선다.

업무의 효율과 정확도, 창의적 기획력에서 이 격차는 점점 더 커진다. 기업 안에서는 AI를 다루지 못하는 중간 관리자들이 점차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 직무는 남지만, 역할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직업의 종말보다 더 빠른 것은 역할의 쇠퇴다.

이제 재교육과 평생학습은 개인의 의지에 맡겨둘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국가, 기업, 지방자치단체, 대학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국가는 교육을 복지의 차원이 아닌 국가 안보 수준의 인프라로 다루어야 한다. 싱가포르는 모든 국민에게 학습 바우처를 지급해 평생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그대상은 40대 50대 중장년층이다. 노동시장의 변화가 젊은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세대의 적응력이라는 인식이 뚜렷하다. 핀란드는 국민이 매년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국가 플랫폼에서 그 진척을 관리한다. 독일은 직업학교와 기업이 함께 운영하는 듀얼시스템을 AI 산업까지 확장해, 산업 현장 중심의 재교육 모델을 만들었다. 직업학교와 기업이 함께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실습을 운영하며, 작업자가 새로운 기술에 직접 참여해 산업현장형 학습을 한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학습을 개인의 책임으로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움은 공공의 자산이며, 사회의 경쟁력이다.

기업 역시 더 이상 교육을 부수적 복지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제조업, 금융, 서비스업을 막론하고 모든 기업이 스스로 학습 플랫폼화 되어야 한다. 사내 AI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직무 전환을 돕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산업 특성에 맞는 지역 기반 AI 리스킬링 센터를 운영하고, 대학은 학위 중심의 제도를 버리고 모듈형, 실무형, 단기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학습은 더 이상 특정 세대나 직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생태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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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재교육 그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이 반복적 업무를 대체할수록, 인간은 “배움을 가르치는 직업”으로 이동한다. 세계경제포럼은 2030년까지 AI 교육·훈련과 관련된 새로운 일자리가 1억 개 이상 창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AI 리스킬링 강사, 데이터 커뮤니케이터, AI 윤리감독관, 디지털 전환 코치, 산업별 AI 컨설턴트 같은 직업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배우는 사회는 일자리조차 스스로 만들어낸다.

결국, AI 시대의 평생학습은 기술을 따라잡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을 갱신하기 위한 과정이다. 지식은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지만,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기술이 세상의 구조를 재편할수록, 인간은 스스로의 내면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배우지 않는 사회는 기술의 노예가 되지만, 배우는 사회는 기술을 협력자로 만든다.

AI는 인간의 지식을 확장하지만, 배움만이 인간을 확장한다. 학습은 기술보다 오래가며, 시스템보다 유연하다. 배우는 인간은 시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변화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배움의 방향을 잃지 않는 사회만이 그 파도를 넘어설 수 있다. 그리고 그 배움은,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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