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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독감, 몸 — 왜 걸리고 어떻게 회복되는가

바이러스, 면역력, 체온 그리고 일상에 대한 이야기

by 신피질

나는 환절기만 되면 감기에 한 번씩 꼭 걸린다. 지난 3일 간 감기로 거의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첫날은 밤새 두통이 심했고, 그리고 무기력했다. 남들은 감기 걸려도 활동도 하고, 거뜬히 이겨낸다고 하는 데, 나는 감기만 걸리면 겁먹고, 그냥 침대에 누워버린다. 자주 운동을 해도 기초 체력이 약하니, 면역력이 약한듯하다.


겨울만 되면 감기는 늘 우리 곁에 있다. “대체 감기의 정체가 뭘까? 추워서 걸리는 건가? 아니면 누군가에게서 옮은 건가?”


감기의 본질은 매우 단순하다. 감기는 세균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이다. 라이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 200종이 넘는 바이러스가 코와 목의 점막에 붙어 증식하면서 감기가 된다. 대부분 7~10일이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며, 우리가 약을 먹든 안 먹든, 바이러스는 활동 기간이 지나면 면역에 밀려 물러난다.


그렇다면 약은 왜 먹을까? 약 없이도 감기는 낫는데.

감기약은 바이러스를 없애는 약이 아니라, 몸이 싸우는 동안 불편함을 줄여주는 도구다. 두통, 코막힘, 콧물, 기침 같은 증상은 잠을 방해하고 스트레스를 높이고 체력을 떨어뜨려 면역력 자체를 약하게 만든다. 감기약은 이 고리를 끊어준다. 즉, 감기약은 면역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이 더 잘 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조력자다. 그러니 감기에 걸리면, 약을 먹는 것이 유리하다.


사실 나는 지난주 화요일 깜짝 추위가 심할 때 티셔츠만 걸치고 맨발 산행을 했다. 온몸이 추위에 노출되어 감기가 몸에서 저절로 발생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AI에게 확인하니 감기는 저절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감기의 발병은 추위 때문일까? 절반은 맞고 절반은 오해다.

감기의 원인은 반드시 바이러스 감염이다. 하지만 추운 날씨는 바이러스가 침투하거나 잠복 바이러스가 발현되기 쉬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얇게 입고 운동하거나 체온이 떨어지면 코 점막의 혈류가 감소해 방어력이 약해지고, 이미 들어와 있던 바이러스가 발병으로 이어진다.

만약 그날 추위나 과로가 없었다면, 잠복하던 바이러스는 증상 없이 조용히 사라졌을 수도 있다. 내 몸의 체온이 떨어지면, 혈류나 림프액의 흐름이 약해져서, 백혈구가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는 것이다.


감기는 어떻게 전염될까?

감기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것은 반드시 사람이다. 사람이 없는 산이나 숲 속에는 감기 바이러스가 떠다니지 않는다. 감기 전염은 대부분 실내 공간, 엘리베이터, 카페, 지하철, 식당, 직장 등에서 이루어진다. 산에 갔다고 감기에 걸린 것이 아니라, 며칠 전 이미 감염된 바이러스가 환경적 요인 때문에 발현된 것이다.


한국인이 감기에 취약한 중요한 이유는 비타민 D 부족이다. 비타민 D는 단순한 뼈 영양제가 아니라, 면역세포의 스위치를 켜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한국인은 일조량 부족, 주로 아파트 등 실내 생활, 미세먼지, 자외선 차단제 사용 등으로 세계적으로도 결핍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감기뿐 아니라 바이러스성 질환 전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겨울철 하루 2,000~3,000IU 정도의 비타민 D3 보충은 단순한 영양제가 아니라 감기 예방 전략이다.


감기에 걸렸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빠른 회복의 핵심은 면역이 일하도록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코막힘–부비동 압력–머리 두통’으로 이어지는 감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코 관리다. 생리식염수 코세척은 압력을 빠르게 줄여주고, 따뜻한 샤워나 스팀은 점막의 혈류를 올려 부비동을 열어준다. 타이레놀은 통증을 줄여 숙면을 돕고, 수면은 면역 활성의 절반이다. 수분 섭취는 콧물 점도를 낮춰 회복을 빠르게 한다.


습식사우나나 미지근한 온탕은 회복기에는 도움이 되지만 체력이 다 떨어진 상태에서 오래 있으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특히 ‘뜨거운 탕 → 찬바람’은 감기 회복기의 최악 조합이다. 목욕 후 보온은 필수 조건이다.



감기 vs 독감 — 둘 다 바이러스이지만 완전히 다른 두 세계



사실 나는 독감 주사를 지난 10월에 맞아, 이번에는 감기를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독감 주사가 감기를 예방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즉 독감 백신은 독감만 예방하고, 200종이 넘는 감기 바이러스는 잡지 못한다.


감기와 독감은 모두 바이러스성 질환이고 전염성이 있지만, 실제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감기는 일상의 불편함에 가깝지만, 독감은 몸 전체를 공격하는 폭풍과 같다.


첫째, 원인 바이러스부터 다르다. 감기는 200종이 넘는 다양한 바이러스가 일으키지만, 독감은 오직 인플루엔자 A/B 바이러스가 일으킨다. 독감 바이러스는 변이가 빠르고 전파력이 강해 매년 겨울 유행을 반복한다.


둘째, 증상 시작 속도가 다르다. 감기는 서서히 시작된다. 오늘은 목이 칼칼하고, 내일은 콧물이 나오고, 그 다음날 코막힘이 생기는 식이다. 독감은 다르다. 몇 시간 만에 갑자기 전신 몸살, 고열, 근육통, 피로가 폭발하듯 찾아온다. 몸 전체가 맞는 듯한 충격이다.


셋째, 발열의 강도가 다르다. 감기는 열이 거의 없거나 미열 수준이지만, 독감은 38~40도의 고열이 하루 이틀 이상 지속된다.


넷째, 회복 속도와 위험성이 크게 다르다. 감기는 대개 5~10일 사이 자연 회복되지만, 독감은 폐렴·심근염·중이염·전신염증 등 합병증 위험이 매우 높다. 특히 60대 이상, 어린이, 임산부, 기저질환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다섯째, 치료법이 완전히 다르다. 감기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이 없기 때문에 대증치료만 가능하지만, 독감은 타미플루 같은 항바이러스제가 존재하며, 발병 후 48시간 안에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여섯째, 전염력도 다르다. 감기도 전염되지만 독감은 훨씬 빠르게 퍼지며, 같은 공간에서 몇 분만 있어도 옮을 수 있다. 그래서 독감 유행 시기에는 특히 실내 공간 밀집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예방의 차이도 분명하다. 감기는 바이러스 종류가 너무 많아 백신이 없지만, 독감은 매년 백신을 통해 감염률과 중증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결국 감기와 독감은 겉으로 비슷해 보여도, 진행 속도와 강도, 위험성, 치료법 모두 완전히 다른 질환이다. 감기는 몸이 스스로 회복하는 과정이고, 독감은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질환이다. 증상이 갑자기 시작되거나 고열과 몸살이 강하다면 독감을 의심해야 하고, 48시간 안에 병원을 찾는 것이 회복의 핵심이다.


감기든 독감이든 우리의 회복력은 면역에서 온다. 그리고 면역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체온·수면·수분·스트레스·영양 같은 작은 일상에서 결정된다. 겨울철 감기와 독감의 파도를 흔들림 없이 넘는 길은 결국 우리의 삶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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