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 1249 번외 | 쉬어도 괜찮다 – 그래야 다음 주를 버틴다
이번 주말, 나는 직장인 주말 휴식 루틴을
제대로 누리기로 했다.
방법은 단순하다.
소파와 합체해 나무늘보가 되는 것.
날 깨우려거든 날 밟고 가라, 전우여.
난 잘 테니, 넌 너의 길을 가라.
오늘 하루, 나는 소파와 혼연일체다.
머리 방향만 가끔 좌우로 바뀔 뿐,
나는 곧 소파가 되고, 소파는 곧 내가 된다.
나에게 중간은 없다.
어설픈 세수나 양치는 없다.
모든 것을 깨끗하게 해주는 샤워만 예외.
그 외엔 어떤 움직임도 없다.
부득이하게 외출 약속이 생기지 않는 한,
나는 원시 자연 그대로다.
무료함을 달래려 잠시 힘을 내 본다.
단춧구멍만큼 눈을 뜨고,
손에 리모컨과 휴대폰을 쥔다.
OTT는 많은데 정작 보진 않는다.
혹시 당신도 목록만 훑다 시간만 보낸 적 있나요?
시리즈 붙은 긴 건 더 피곤하다.
내가 목차를 구경하려고 돈을 낸 건가 싶다.
“툭.”
결국 힘없이 리모컨이 손에서 떨어진다.
휴대폰도 바닥에 떨어진다.
눈이 스르르 감기고
그대로 숙면 상태로 진입한다.
배가 고파 눈을 뜬다.
귀찮지만 먹이를 사냥해야 한다.
역시 라면이다.
라면만 먹기 식상해 햇반도 데운다.
그렇게 점심 한 끼 훌륭히 해결.
치우는 건 귀찮다.
몰아서 해야지…
다시 소파와 합체.
두세 시쯤, 나는 뱀파이어처럼 일어난다.
이유는 불안 때문이다.
너무 많이 잤다는 초조함.
그래, 할 일이 있었다.
바로 청소다.
나는 청소를 좋아한다.
정리정돈 후 샤워하는 게
주말의 하이라이트다.
로봇청소기가 바닥을 훑는다.
나는 돌돌이로 집중구역을 문지른다.
그리고 나만의 무기,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인다.
빨래는 기본.
요즘은 세탁과 건조가 다 되니 뽀송하다.
일주일 동고동락한 이불도 돌린다.
깨끗해진 방을 보며 뿌듯해한다.
집과 나, 나와 집.
이제는 나 자신을 정화할 시간이다.
샤워.
꼼꼼히 씻어낸다.
거울 앞의 내가 낯설 정도다.
“음, 그래도 좀 나아진 것 같은데???”
점심에 밀가루를 먹었으니,
저녁은 밥으로 채워야 한다는 강박.
백반집에서 한 끼 해결하고,
배부른 상태로 10분 산책 후 귀가.
그리고 다시 소파에 또아리를 튼다.
오전과 다른 점은 깨끗한 상태로 합체했다는 것뿐이다.
그렇게 나무늘보의 하루가 마무리된다.
오늘 정말… 개운한(?!) 하루였다.
그리고 마음도 편하다.
왜냐, 내일은 일요일이기 때문이다.
예전 혼자 살 때를 떠올리며 썼다.
지금은 다르다.
주의할 점이 있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면,
아침에 눈을 똥그랗게 바로 떠야 할 수도 있다.
가정의 평화를 원한다면…
"쉬어도 쉬어도 피곤한 직장인이요."
이번 주말만큼은 나무늘보처럼 쉬어도 괜찮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은 이제 잊자.
요즘은 벌레도 잘 안 보인다.
몸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재산이다.
충분히 자고 쉬는 게, 사실은 가장 확실한 전략이다.
그래야 다음 주도, 또 버틸 수 있다.
저는 주말에 나무늘보가 될 예정입니다.
당신의 주말 동물은 무엇인가요?
1부 | 1249 커리어 실험의 기록-1부, 흔들림에서 설계로
https://brunch.co.kr/brunchbook/1249-career-log
2부 | 1249 커리어 실험의 기록–2부 (NEX), 다시 실험을 이어가다
https://brunch.co.kr/brunchbook/1249-career-n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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