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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이직 결정 후 더 불안한 이유는 무엇일까

3-8. 불안의 심리학, 그리고 자기 점검

by 일이사구

사직 의사를 밝히는 순간,

예상치 못한 말들이 몰려온다.


붙잡는 말.

묘한 협박.

끝없는 질문.

때론 부러움.


“뭐가 문제냐.”

“어디로 이직하냐? 나한테는 말해봐라.”

“너 없으면 어떻게 하라고.”


이상하게도, 회유가 전혀 없으면 더 허탈하다.

마치 내 존재가 가벼웠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퇴사는 낙장불입이다.

한 번 입 밖에 나온 이상,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남으면 더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


나는 여러 번 퇴사를 겪으며 깨달았다.

떠날 때 불만을 다 쏟아내면, 결국 상처만 남는다.


인사팀이 개선 의견을 요청해도,

현실이 곧바로 달라지진 않는다.


그리고 내가 없는 회사가 변하든 말든,

이제는 상관없는 일이다.


차라리 이렇게 기억되면 충분하다.

“그 친구, 남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몇 차례 면담을 하다 보면,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다.


“아, 내가 잘못 생각했나?”

하는 의심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예전에 어떤 회사의 퇴사 면담에선

눈물이 날 뻔한 적도 있었다.


그 회사는 진심으로 붙잡았고,

나 또한 너무나도 힘들었다.


나는 그 회사를 지금도 좋게 기억한다.


퇴사할 때 회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

직속 상사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떠나길 잘했다는 확신이 들기도,

잘못 생각했다는 회한이 남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은 돈보다 태도에 더 크게 움직인다.

이 단순한 사실을 아는 회사는 많지 않다.


그리고 결정이 끝나면, 이상하게도 공허함이 밀려온다.

때로는 후회가 스며들기도 한다.


특히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출근해야 할 이유가 사라져버린 순간의 허전함은 생각보다 크다.


통장에 찍힌 숫자를 멍하니 바라본다.

며칠 뒤 빠져나갈 고정비가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계산되며,

알 수 없는 불안이 가슴을 짓누른다.


정말 잘한 결정일까?

다시 돌아가겠다고 하면 받아줄까?


끝내 답을 얻지 못한 질문들은,

오히려 불안을 더 키운다.


결국 불안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러나 똑같은 불안이라도,

이걸 대하는 마음가짐은 다르다.


다음 길이 정해진 사람은,

이직이든 창업이든 준비된 계획이 있기에 마음이 한결 가볍다.


남은 휴가를 쓰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새로운 준비에 바빠 하루가 모자라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아무 계획이 없는 사람에겐,

이 시기가 오히려 자신을 점검할 절호의 기회가 된다.


퇴사 결정 후, 나를 점검하는 7가지 질문

1. 생활 – 생활비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은 몇 개월인가?

2. 관계 – 떠난 뒤에도 나를 지탱해줄 가까운 사람이 최소 한 명은 있는가?

3. 마음 – 불안·후회가 밀려올 때 버틸 나만의 방법은 무엇인가?

4. 시간 – 퇴사 후 첫 아침, 나는 어떻게 시간을 쓸 것인가?

5. 재능 –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몰입하고, 스스로 살아 있음을 느끼는가?

6. 가치 – 돈·안정·성취 중, 지금 내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7. 정체성 – 직업이 사라져도 나는 나인가? 앞으로 어떤 이름으로 살아갈 것인가?


특히, 이 시기야말로 내 방향성을 점검할 때다.


퇴사는 끝이 아니라,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결정 후 찾아오는 두려움은

그 시간을 헛되이 쓰지 말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 불안은 결국,

내가 누구인지 다시 묻는 시작이었다.


그 질문 앞에 서는 순간,

비로소 당신만의 다음 길이 열린다.





이 글은

‘퇴사 후 불안·생존’ 시리즈의 첫 글입니다.


다음 글도 이어서 읽어보세요.

B-5 | 퇴사 후 6개월, 마음이 흔들리는 이유

B-6 | 폭망의 법칙: 퇴사 후 길을 잃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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