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퇴사 인사·메일·송별회, 정말 의미가 있을까?

3-7. 마지막 인사는 스스로에게

by 일이사구

퇴사 메일, 왜 쓰는가?

한때 어떤 회사 직원의 퇴사 메일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읽는 사람에겐 울림이 있었고,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오래 회자됐다.


고마움과 회한,

그리고 회사에 대한 바람까지 길게 담겨 있었다.


아마 당신도 그런 메일을 한 번쯤 받아봤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엔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곱씹어 보니 결론은 회사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 글을 썼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회사도, 동료도 변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떠난 뒤의 일일 뿐이다.


솔직히 말해, 대부분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여러 번의 퇴사를 겪으며 알게 됐다.


그래서 결론은 단순하다.

떠나는 사람이 거기에 감정을 쓰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래도 나가는 건 알려야지,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해도 된다.


반면에, 남아 있는 사람에게는

그게 자극이 될 수도 있다.


“부럽다, 나도 나가고 싶다”

“이 사람이 누구지?”


많은 퇴사 메일은 결국 스팸처럼 흘러간다.


메일만이 아니다.

퇴사 인사 역시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


과장된 퇴사 인사, 누구를 위한 건가

돌아다니며 일일이 퇴사 인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저 퇴사해요,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그러면 대화는 뻔하다.


“언제까지 나오세요? 어디로 가세요?”

“이 회사 참 힘들죠? 무슨 문제 있었나요?”


그런 순간에 회사 욕을 한다?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반대로 “회사가 잘되길 바란다”며

개선점을 이야기하는 것도 순진한 발상이다.


어느 쪽이든

회사에도, 퇴사자에게도 남는 것은 없다.


정말 감사한 사람이 있다면,

짧게 인사하고 떠나라.


그게 오히려 성숙한 퇴직 인사다.


송별회, 퇴사자를 위한 자리가 아니다

퇴사자가 나오면 회사는 으레 송별회를 연다.


술잔이 오가지만,

그 자리는 과연 누구를 위한 걸까?


나는 실제로 여러 차례 경험했다.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술김에 불만을 쏟아냈다.


또 어떤 이는 “너도 이제 해방이구나”라며

씁쓸한 농담을 던졌다.


겉으로는 환송이지만,

정작 퇴사자가 배려받는 순간은 드물다.


시간이 지나면 남는 건,

술기운의 농담과 쓸쓸한 뒷모습뿐이다.


억지웃음 속에서 누군가는 부러움,

누군가는 냉소,

또 누군가는 안도감을 느낀다.


결국 송별회는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의례일 뿐이다.


"이 바닥 좁다"는 말, 구시대적 겁주기일 뿐

송별회 자리에서 이런 말이 오가기도 한다.


“이 바닥 좁으니까 조심해라.”


농담 같지만, 사실상 두려움을 심는 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은 넓고,

사람과 상황은 계속 변한다.


그렇다면 그 말은 반대로도 적용된다.

그 말을 하는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이고 양면적이다.

좋게 보는 사람도, 나쁘게 보는 사람도 있다.


그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모두에게 잘 보이려 애쓴다면,

오히려 자존감이 흔들린다.


“이 바닥 좁다”는 말은 구시대적 겁주기일 뿐이다.


조용히 떠나는 게 최고의 배려다

나는 각별히 고마운 사람에게만 인사한다.


전체 메일도, 송별회도, 과장된 퇴사 인사도 하지 않는다.


대신 마지막까지 인수인계에 집중한다.


회사와 남은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공허한 인사가 아니라,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마무리다.


그게 떠나는 사람의 마지막 배려다.


회사는 계약 관계일 뿐이다.


떠나감을 아쉬워하는 곳도 있지만,

“진작 나갔어야지”라는 뒷말이 나올 수도 있다.


굳이 그 무대 위에 올라갈 필요는 없다.


진짜 중요한 건, 나에게 하는 퇴사 인사

회사를 떠나면 대부분의 동료와는 연락이 끊긴다.

정말 소중한 인연이라면, 회사에 있든 없든 이어진다.


그러니 억지웃음과 메일 대신,

나만의 방식으로 작별하고, 다음 길을 준비하라.


만남보다 중요한 건 헤어짐이다.


당신 자신에게 조용히 작별을 고하라.


고생했어. 앞으로도 우리 잘해보자.


그 말을 스스로에게 건네라.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라.


헤어짐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가,

다음 만남의 무게를 결정한다.


물론 정답일 수는 없다.

다만 여러 번의 퇴사를 거치며

내가 내린 나만의 결론일 뿐이다.

keyword
이전 25화주말 뭐하지? 직장인 휴식 루틴, 나무늘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