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오래 가는 비밀: 상대방의 방어기제를 파악하라

by 홍종민

유튜브에서 만난 통찰


윤홍균 작가의 세바시 강연을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상담가로서 수많은 강연을 접하지만, "공허함이 느껴질 때 무기력할 때 어떤 행동을 하느냐, 이것이 우리의 방어가 됩니다"라는 그의 첫 문장에서부터 깊은 공감이 일었다.

댓글란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내 얘기 같다"며 공감하고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계에서 반복되는 패턴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증거였다.


라캉의 거울단계와 방어기제의 형성


정신분석학자 라캉(Jacques Lacan)은 우리가 6-18개월 사이에 '거울단계'를 경험한다고 말한다. 아이는 거울 속 자신의 이미지를 보며 처음으로 통합된 자아상을 형성한다. 하지만 이 이미지는 실제 자신이 아닌 '상상적 자아(Imaginary ego)'다. 이때부터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고,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게 된다.

윤홍균 작가가 말하는 방어기제도 이 거울단계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대타자(the Other)의 시선과 기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방어기제를 발달시킨다. "공허함이 느껴질 때 무기력할 때" 취하는 행동은 결국 대타자의 욕망과 우리 자신의 결핍(manque) 사이에서 만들어진 타협점인 것이다.


화면 너머로 전해진 진실


강연에서 윤홍균 작가가 든 예시가 특히 생생했다. "갈등이 생기면 꼭 눈을 마주치면서 얘기를 해야" 하는 사람과 "꼭 갈등이 생기면 산에 가야 하는" 사람의 만남. 화면 속 청중들의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이것이 얼마나 많은 부부들의 현실인지 알고 있었다.

라캉의 관점에서 보면, 이 두 사람은 각자 다른 '환상(fantasy)'을 통해 현실의 불안을 방어하고 있다.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려는 사람은 '완전한 소통'이라는 환상을, 산에 가는 사람은 '고독 속의 평화'라는 환상을 추구한다. 문제는 이 두 환상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

상담실에서 만난 한 부부가 떠올랐다. 아내는 문제가 생기면 즉시 해결하려 했고, 남편은 시간을 두고 생각하는 스타일이었다. 윤홍균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편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혼자서 생각하는" 방어기제를 가진 사람이었다.

"3개월 안에 그분은 혼자 산에 갈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작가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그 남편은 결혼 초기의 약속과 달리, 여전히 갈등이 생기면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상상계의 사랑에서 상징계의 사랑으로


"도파민이 펑펑 나올 때 이때 헤어지는 커플은 없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이것을 잘 봐야 돼요."

유튜브 강연에서 이 부분이 나올 때, 화면에 비친 청중들의 표정이 진지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모두가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는 듯했다.

라캉은 사랑을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연애 초기의 도파민이 넘치는 시기는 라캉이 말하는 '상상계(Imaginary)'의 사랑이다. 상대방을 이상화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 한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상징계(Symbolic)'의 사랑으로 이행해야 한다. 언어와 법, 그리고 타협이 지배하는 영역으로.

상담 현장에서도 늘 강조하는 부분이다. 연애 초기의 황홀함이 사라진 후, "배고플 때 어떻게 하는지, 친구들하고 갈등이 있을 때 어떻게 하는지, 부모님하고 갈등이 있을 때 어떻게 하는지"를 관찰하는 것. 이것이 진짜 그 사람을 아는 방법이다.


방어기제는 증상(Symptom)이다


"방어기제는요, 오랜 기간 습관이 되고 하나의 품성이 되고 그 사람의 문화가 되기 때문에 쉽게 변화하기가 용이하지가 않아요."

강연 영상의 이 대목에서 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래서 내가 못 바뀌는구나", "배우자를 바꾸려고 10년을 노력했는데..." 같은 반응들이었다.

라캉의 정신분석에서 '증상(symptom)'은 단순히 제거해야 할 것이 아니다. 증상은 주체가 견딜 수 없는 진실을 견디기 위한 타협의 산물이다. 방어기제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우리가 '실재(the Real)'의 충격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낸 상징적 구조물이다.

실제로 한 내담자는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만취해가지고 술을 마시는"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다며 힘들어했다. 윤홍균 작가의 설명처럼, 이것은 아내가 오랜 시간 동안 스트레스에 대처해온 유일한 방법이었다.

라캉의 표현을 빌리면, 이 아내에게 술은 '대상 a(objet petit a)'였다. 즉,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욕망의 대상을 대체하는 부분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누구 땜에? 산에 가? 나 땜에 산에 갈 확률이 높다"는 작가의 말처럼, 변화를 강요할수록 방어기제는 더 강화될 뿐이었다.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넘어서


유튜브 강연 후반부에서 작가는 "사랑할 준비가 안 된 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 번째로 "사랑의 의미를 잘못 알고 계시는 분들"을 언급했다. "희생이나 복종, 연민"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사람들.

이는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연상시킨다. 라캉은 이를 재해석하여 욕망의 변증법으로 설명한다. 우리는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반대로 타인을 지배하려 한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이런 변증법을 넘어선 곳에 있다.

상담실에서도 이런 착각은 흔하다. 한 남편은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윤홍균 작가의 말처럼 "사랑은요, 존중을 기반으로 해야 돼요. 나도 괜찮은 사람이지만 너도 되게 괜찮은 사람이다."

"대등한 위치에서 대등한 조건으로 동맹을 맺고"라는 표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사랑은 "식민지배"가 아니라 "동맹"이어야 한다는 것. 이 비유를 들은 한 부부는 자신들의 관계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주이상스(Jouissance)와 안전의 경계


강연의 마지막 부분, "안전을 해치는 경우"에 대한 언급은 매우 중요했다. "화만 나면 막 집어던져"도 "나는 사랑하니까 괜찮아"라고 말하는 사람들.

라캉의 개념으로 설명하면, 이들은 '주이상스(jouissance)'에 사로잡혀 있다. 주이상스는 쾌락 원칙을 넘어선 고통스러운 향유다. 파괴적이면서도 중독적인 이 충동은 자신과 타인을 해치면서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유튜브 댓글에도 "나도 그랬는데..."라는 고백들이 많았다. 윤홍균 작가는 단호하게 말한다. "남의 안전을 해치는 분은 아직 사랑이라는 감정을 본인이 담아두기에는 아직 준비가 좀 덜 된 상태로 봐야 됩니다."

이것은 상담 현장에서도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다. 물리적이든 정서적이든,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관계는 사랑이 아니다. 라캉이 말했듯이, 사랑은 "상징적 거세"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자신의 전능함을 포기하고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강연을 보고 난 후


윤홍균 작가의 세바시 강연을 다 보고 나서, 조회수를 확인했다. 8만 6천.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답을 찾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의 방어기제, 그 사람의 방어기제를 체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라는 작가의 조언은 단순하지만 핵심을 찌른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부부들에게도 이 영상을 추천하곤 한다.

한 부부는 함께 이 강연을 본 후 이렇게 말했다. "서로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제야 이해가 돼요. 우리가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 각자 살아남기 위해 만든 방어기제가 부딪치고 있었던 거네요."


분석가의 욕망과 상담실의 진실


윤홍균 작가의 강연을 본 후, 나는 상담 현장에서 더욱 세심하게 부부들의 방어기제를 관찰하게 되었다. "갈등이 생길 때마다 아무 말도 안하고 꼭 다물고 계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스트레스가 생길 때마다 인간관계가 어려울 때마다 남 탓을 하고 이간질을 하는 분"도 있었다.

라캉은 "분석가의 욕망"에 대해 말한다. 분석가는 자신의 욕망을 비워야 한다. 그래야 내담자가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상담가로서 나 역시 내담자들의 방어기제를 판단하기보다는 이해하려 노력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한 아내의 사례다. 그녀는 남편과 갈등이 생길 때마다 친정 부모님께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이것이 그녀의 방어기제였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 유일한 안전지대였던 그녀에게, 이것은 자연스러운 대처 방식이었다.

라캉의 용어로 말하면, 그녀에게 부모는 여전히 '대타자(the Other)'였다. 그녀는 부모의 시선과 인정을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우리 부부 문제를 왜 매번 장모님이 아시냐"며 힘들어했다.


사랑의 행위(Act of Love)를 향하여


사랑이 오래 가는 비밀. 그것은 서로의 방어기제를 이해하고, 그것이 충돌할 때를 알아차리며, 함께 성장해가는 것이다. 라캉은 진정한 사랑을 "행위(Act)"라고 부른다. 그것은 기존의 상징적 질서를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창조적 순간이다.

윤홍균 작가의 20분 남짓한 강연이 8만 6천 명의 마음에 작은 변화의 씨앗이 되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이해를 넘어 '사랑의 행위'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상담가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배우자로서, 이 강연은 내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방어기제를 가진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사랑할 수 있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방어기제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벽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 벽을 허물려고 무작정 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벽이 세워졌는지를 이해하고, 서로가 안전하다고 느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다.

라캉이 말했듯이, "사랑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서로의 방어기제라는 증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 아닐까. 우리의 증상은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살아있게 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증상까지도 포용하면서,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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