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나는 또다시 새로운 세계로 들어선다.
낯선 언어, 익숙하지 않은 향기, 그리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 그 모든 것이 나를 여행으로 이끈다.
익숙함 속에서는 결코 마주할 수 없는 순간들이, 지도 위의 작은 점으로만 존재하던 도시들이, 내 발걸음을 따라 생생한 이야기로 펼쳐진다.
여행이란 무엇일까? 나는 오랫동안 이 질문을 품고 떠났다. 단순한 휴식일까, 혹은 일상으로부터의 도피일까?
하지만 수많은 도시를 거치며 알게 된 사실은, 여행이란 바로 ‘나’라는 존재를 가장 선명하게 마주하는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낯선 거리를 걷다 보면 익숙했던 나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어제까지 당연했던 것들이 이곳에서는 새롭고, 내가 알던 세계의 크기가 한없이 넓어지는 기분이 든다.
나는 뉴욕의 마천루 아래에서 인간의 거대한 야망을 느꼈고, 런던의 이층 버스에 올라 시간 속을 여행했다. 그리고, 비엔나의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도시에 스며든 예술을 음미했고, 로마의 골목길을 걸으며 역사의 잔향을 따라갔다. 피렌체의 골목에서는 마치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었고, 바르셀로나의 구엘 공원에서는 가우디의 꿈을 따라갔다.
여행지마다 그곳이 품고 있는 공기가 다르고, 색채가 다르고, 사람들의 속도가 다르다.
뉴욕은 빠르게 흐르지만, 샌디에이고는 시간을 붙잡고 있는 듯하다. 도쿄는 빛으로 가득 차 있지만, 로드 아일랜드는 고즈넉한 여백을 간직하고 있다. 마드리드는 낮보다 밤이 더 매력적이며, 시드니는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다.
그 차이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내가 여행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낯선 도시가 항상 따뜻하게 맞아주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나는 길을 잃고, 언어의 장벽 앞에서 큰 막막함을 느끼고, 예상치 못한 사건에 당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경험이 나를 성장하게 만든다.
불편함 속에서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고,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결국, 낯설다는 것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 글은 내가 직접 걸었던 거리, 마주했던 풍경, 그리고 그 안에서 느낀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다. 단순한 여행 정보가 아니라, 한 도시가 어떻게 내게 말을 걸었고, 나는 그 도시에 어떻게 답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누군가는 이 글을 통해 낯선 도시로 떠나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는 이미 다녀온 도시를 다시 기억할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이 책이 누군가의 가슴에 여행의 설렘을, 여행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나는 다시 길을 떠난다. 낯선 도시의 유혹은 끝이 없고, 여행자의 시선은 언제나 새로운 풍경을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