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시작 두 달을 맞이하며
좋아하는 화석을 주제로 글을 써보고 싶어 2013년, 블로그를 개설했다. 초창기에 여러 화석 산지들을 답사하며, 현재 브런치에 게시한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탐사기를 올렸는데, 본 내용에는 관심이 없고 화석 산지 좌표만 거두절미하고 묻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처음에는 친절하게 위성지도와 사진자료까지 첨부해 내가 아는 정보를 최대한 알려주었는데, 원하는 정보를 얻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소한의 상투적 인사치레조차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길게 쓰기도 귀찮았는지 단 한 줄 댓글로 내가 알고 있는 화석 산지 정보를 전부 알려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었다.
그 댓글이 지금도 기억난다.
'와~ 님이 아는 화석산지 전부 쪽지로 알려주세요.'
그렇게 계속 기를 빨리던 어느 날, '연구자'를 자처하는 어떤 고딩 하나가 내가 게시한 글에 나온 물고기 화석을 자기가 연구 좀 하게 내놓으라고 했다. 나는 너무나 당돌하고 어이없는 요구에 황당했지만, 최대한 완곡하고 정중하게 거절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그에 앙심을 품었는지 정신이 나가버린 고딩은 이후 다른 글에 댓글을 달아 슬슬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급기야 온갖 지저분한 표현을 써가며 '자신과 같은 연구자가 아닌 화석의 화자도 모르는 사람한테 귀중한 화석이 있다는 게 너무나 아깝다'며 '화석의 가치를 모르는 자는 도굴꾼이나 다를 바 없다'고 노골적인 모욕을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인데, 이 고딩은 박물관에 전시된 몇몇 화석의 정보가 잘못되어 있다며 국내 여러 화석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 관장 앞으로 무려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 "몇 월 며칠까지 오류를 수정하지 않으면 내가 조치를 취하겠다."며 협박에 가까운 엄포를 놓는 망발을 저지르기도 했다. 광역어그로를 끈 이 철없는 고딩이 다니던 학교에 당시 여러 박물관장님들이 크게 항의를 했다는 후문도 들을 수 있었다. 예의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고딩, 지금은 물론 고딩이 아니겠지만 밥은 먹고 다니나 모르겠다.
아무튼 그 사건 이후로 현타가 온 나는, 많은 글을 삭제 또는 비공개 처리하고 이후 약 5년가량 블로그에 어떠한 글도 게재하지 않았다. 마치 흉가처럼 내 블로그는 거미줄을 치고 그렇게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수년 전부터 화석이 아닌 금속탐지 글을 시작으로 조금씩 블로그에 글을 포스팅하기 시작했다. 문득 화석이나 금속탐지 등의 주제로 새로운 플랫폼에 글을 연재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카오브런치가 탄생한 지 10년이나 되었다지만, 불과 두 달 전 지피티가 브런치의 존재를 알려주기 전까지 나는 그런 것이 있는 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친김에 자기소개와 집필계획 등을 적어 내고, 우선 3편의 화석탐사 글을 브런치 스타일에 맞게 감성 양념을 쳐서 올린 다음 심사결과를 기다렸다.
나름 글을 잘 쓰는 사람들도 몇 번씩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있어 은근 신경이 쓰였지만, 나는 운이 좋았는지 신청 이틀 만에 합격 통지가 왔다.
내가 다루는 이야기가 브런치에서 특이한 소재라 처음부터 쉽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꼬박꼬박 글을 올리다 보니 어느새 두 달 만에 200명이 넘는 구독자님을 모실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요즘 게시하는 글은 보통 라이킷이 100개 정도는 찍혀, 처음에 예상했던 바를 크게 웃도는 성과를 이뤄냈다. 물론 이 모든 공은 다른 작가님들의 성원 덕분임을 잘 알고 있다.
인생 새옹지마라고,
부정적인 일이 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는 계기였다. 여기서 글을 통해, 댓글을 통해 여러 작가님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이 위안이 되고 기쁨으로 다가온다.
여러모로 부족한 글을 찾아주시고 또한 따뜻한 말로 격려해 주시는 여러 작가님들에게 이 글을 빌어 무한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