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성공이 남긴 그림자, 젠트리피케이션
2025년 5월 15일, 서울 망원동 어느 카페.
구청이 마련한 '상생 간담회'.
같은 테이블에 앉은 7명의 얼굴에는 각기 다른 감정이 보였다.
• 건물주 A씨(58세): 불편함
• 개인카페 사장 B씨(35세): 절박함
• 프랜차이즈 점장 C씨(42세): 곤란함
• 본사 담당자 D씨(38세): 경계심
• 구청 공무원 E씨(33세): 피로감
• 시민단체 활동가 F씨(45세): 의구심
• 동네 주민 G씨(67세): 답답함
2시간의 회의. 결론은? 없었다.
왜일까? 그들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7가지 이해관계자의 목표와 두려움, 그리고 상생의 조건)
이름: 박영수(58세, 건물주) 보유: 망원동 상가건물 1동
"제가 악마인가요?"
그의 하루:
• 오전 6시: 재산세 고지서 확인 (작년 대비 15% 인상)
• 오전 9시: 은행 대출이자 납부 (월 800만원)
• 오전 11시: 건물 관리 점검 (엘리베이터 고장)
• 오후 2시: 세무사 미팅 (종합소득세 대책)
• 오후 4시: 임차인 민원 처리 (또 임대료 인하 요구)
그의 역사:
• 1990년: 작은 인쇄소 운영
• 2005년: 평생 모은 돈 + 대출로 건물 매입 (매입30억, 대출 20억)
• 2015년: 망원동 뜨기 시작
• 2020년: 건물 가치 70억 (하지만 팔 수 없음)
• 2025년: 대출 아직 20억 남음
그가 원하는 것:
• 안정적인 임대수익
• 자산가치 유지
• 노후 준비
• 자녀에게 물려줄 자산
그가 두려워하는 것:
• 공실 장기화
• 임대료 체납
• 건물 가치 하락
• 과도한 규제
그의 속마음:
"30년 동안 아껴서 산 건물이에요.
노후 대책이 이거 하나뿐인데...
임대료 동결하라, 상생하라...
그럼 제 노후는 누가 책임지나요?
전 그냥 열심히 살아온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의 계산:
월 수입: 2,500만원 (임대료)(시세 70억. 약 4.29% 수익율)
월 지출:
• 대출이자: 800만원 (20억, 연 4.8% 계산)
• 재산세: 120만원 (연1440만원 , 시세 0.21%, 건물 시가표준액은 건물상태에 따라 다름)
• 관리비: 250만원 (유지보수 포함)
• 소득세: 292만원 (세전 22%)
• 실수입: 1038만원
"많아 보이죠? 그런데 건물 수리라도 하면 적자예요."
이름: 김지영(35세, 개인카페 사장) 운영: '달빛 커피' 3년차
"꿈을 포기해야 하나요?"
그녀의 하루:
• 오전 5시: 기상, 빵 굽기 시작
• 오전 7시: 오픈 준비
• 오전 8시~오후 10시: 영업 (혼자 운영)
• 오후 11시: 마감 정산
• 새벽 12시: 내일 준비
• 새벽 1시: 겨우 퇴근
그녀의 도전:
2021년: 회사 퇴사, 창업 결심
• 초기 투자: 8,000만원 (대출 5,000만원)
• 월 임대료: 250만원
• 첫해: 희망 가득
2023년: 현실의 벽
• 임대료 인상: 350만원 요구
• 양옆 프랜차이즈 입점
• 매출 30% 감소
2025년: 생존의 갈림길
• 월 매출: 1,500만원
• 순이익: 마이너스
• 대출금: 아직 4,000만원
그녀가 원하는 것:
• 자기만의 공간
• 창의적인 메뉴 개발
• 단골손님과의 관계
• 최소한의 생활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
• 폐업
• 빚더미
• 다시 회사로
• 꿈의 포기
그녀의 일기:
"오늘도 단골 할머니가 오셨다.
'여기 커피가 제일 맛있어'라고.
그런데 나는 할머니께 말하지 못했다.
다음 달이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고..."
이름: 이민호(42세, 프랜차이즈 점장) 운영: 유명 커피 브랜드 가맹점
"저도 을이에요."
그의 스케줄:
• 오전 6시: 매장 오픈 준비
• 오전 7시: 매장 오픈
• 오전 10시: 본사 슈퍼바이저 방문 (또 지적사항)
• 오후 2시: 원재료 발주 (본사 강제 구매)
• 오후 6시: 알바생 교대 (최저임금 인상으로 1명 감원)
• 오후 11시: 마감 (직접 청소)
그의 현실:
• 투자금: 3억원 (대출 2억) 월 매출: 4,500만원
• 원재료비: 1,350만원 (30%)
• 임대료: 350만원
• 인건비: 1,670만원 (오전파트 2명, 오후파트 3명. 7일 고정)
• 로열티: 270만원 (6%)
• 대출: 200만원 (연6%이자 + 원금은 상환방식에따라)
• 기타: 300만원 (관리비 및 기타 잡비)
• 순이익: 360만원?
"아니에요. 감가상각비... 실제로는 300만원 남을까 말까예요."
그가 원하는 것:
• 안정적인 운영
• 본사의 합리적 정책
• 적정한 수익
• 가족과의 시간
그가 두려워하는 것:
• 본사의 일방적 정책
• 매출 부진으로 계약 해지
• 주변의 적대적 시선
• 투자금 회수 실패
그의 하소연:
"사람들은 프랜차이즈라고 하는데...
전 그냥 빚내서 장사하는 자영업자예요.
본사는 로열티만 가져가고, 손님들은 비싸다고 하고,
개인카페는 우리 때문에 망한다고 하고... 우리는 누구한테 하소연해요?"
이름: 정수진(38세, 본사 개발팀장) 담당: 신규 출점 및 가맹점 관리
"시장은 냉정합니다."
그녀의 KPI:
• 분기별 신규 출점: 50개
• 가맹점 평균 매출: 전년 대비 10% 상승
• 브랜드 인지도: 상위 3위 유지
• 수익성: 영업이익률 15% 이상
그녀의 압박:
• 위에서: "왜 출점이 느려? 경쟁사는 100개 했다던데?"
• 아래서: "본사 정책이 너무 가혹해요. 못 버티겠어요."
• 옆에서: "젠트리피케이션 주범이라고 욕먹어요."
회사가 원하는 것:
• 시장 점유율 확대
• 브랜드 가치 상승
• 안정적 수익 구조
• 주주 가치 극대화
회사가 두려워하는 것:
• 규제 강화
• 브랜드 이미지 실추
• 가맹점 집단 반발
• 시장 포화
그녀의 고민:
"개인카페도 좋아해요.
저도 프랜차이즈만 있는 거리는 재미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 일은 회사 이익을 극대화하는 거예요.
주주들이 보고 있고, 실적으로 평가받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회사의 실험:
• 최근 시작한 프로그램:
• 로컬 브랜드 인큐베이팅
• 상생 매장 운영 (임대료 분담)
• 지역 원재료 사용
"변화가 필요하다는 건 알아요. 그런데 속도가 문제예요.
너무 빠르면 주주가 반발하고, 너무 느리면 시장이 외면해요."
이름: 김민수(33세, 구청 도시재생과) 담당: 상권 활성화 및 젠트리피케이션 대응
"저도 답을 모르겠어요."
그의 일과:
• 오전 9시: 민원 전화 (건물주 vs 임차인)
• 오전 11시: 상생협약 회의 (또 무산)
• 오후 2시: 시의원 질의 대응 (왜 성과가 없나)
• 오후 4시: 현장 방문 (양쪽 불만 청취)
• 오후 7시: 보고서 작성 (같은 내용 반복)
그의 한계:
법적 권한:
가능한 것:
• 권고
• 협의
• 지원 (예산 한계)
행정이 원하는 것:
• 민원 감소
• 상권 활성화
• 주민 만족도 상승
• 정책 성과
행정이 두려워하는 것:
• 민원 폭증
• 언론 비판
• 감사 지적
• 정책 실패
그의 독백:
"다들 구청이 해결하라고 해요.
그런데 저희가 뭘 할 수 있나요?
건물주님께 '임대료 내려주세요' 하면 '무슨 권리로?' 하시고,
상인분들께는 '죄송합니다'만 반복하고...
위에서는 성과 내라고 하는데, 대체 어떻게요?"
작은 성과들:
•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
• 상생협약 3건 성사
• 청년 창업 지원 10팀
• 골목 환경 개선 사업
"큰 변화는 못 만들어도, 작은 변화는 있어요. 그것 때문에 버티는 거죠."
이름: 최정희(45세, 시민단체 활동가) 소속: '살기 좋은 망원동 만들기'
"말만 하지 말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녀의 활동:
• 주 2회 상인 면담
• 월 1회 주민 간담회
• 분기별 정책 토론회
• 연중 캠페인 진행
그녀의 20년:
• 2005년: 대기업 퇴사, 시민운동 시작
• 2010년: 마을 만들기 운동
• 2015년: 젠트리피케이션 대응 활동
• 2020년: 코로나로 활동 위축
• 2025년: 여전히 현장에서
시민단체가 원하는 것:
• 주민 주권
• 공동체 회복
• 지속가능한 도시
• 사회 정의 실현
시민단체가 두려워하는 것:
• 자본의 논리
• 공동체 해체
• 무관심
• 활동 자금 고갈
그녀의 신념:
"돈이 전부는 아니에요. 관계가 있고, 공동체가 있어요.
그걸 지켜야 해요. 그래야 사람이 사는 도시가 됩니다."
현실의 벽:
• 자금 문제:
• 월 활동비: 150만원
• 후원금: 불규칙
• 프로젝트: 단기만 가능
"신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활동가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이름: 김순자(67세, 30년 거주) 직업: 은퇴 교사
"그냥 살던 대로 살고 싶어요."
그녀의 일상:
• 오전 7시: 전통시장 장보기 (점점 어려워짐)
• 오전 10시: 경로당 (친구들 만남)
• 오후 3시: 손자 하교 마중
• 저녁 7시: 동네 산책 (시끄러워서 짧게)
그녀가 본 30년:
1994년: 신혼집 마련
• 조용한 주택가
• 이웃 간 정 넘침
• 아이 키우기 좋은 곳
2015년: 변화의 시작
• 젊은이들 유입
• 카페, 술집 증가
• 활기는 있지만...
2025년: 낯선 동네
• 전통시장 반토막
• 밤에는 시끄러워
• 이웃은 다 떠나고
주민이 원하는 것:
• 조용한 일상
• 편리한 생활
• 오래된 이웃
• 안전한 거리
주민이 두려워하는 것:
• 소음
• 쓰레기
• 범죄
• 고립
그녀의 바람:
"새로운 것도 좋지만, 오래된 것도 지켜주세요.
30년 단골 미용실이 없어졌어요. 이제 어디서 머리를 해야 할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저한테는 큰일이에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공통점이 보인다.
모두가 원하는 것:
• 안정성
• 지속가능성
• 인정과 존중
• 공정한 기회
모두가 두려워하는 것:
• 손실
• 배제
• 무시
• 미래 불확실성
그렇다면 교차점은?
투명한 정보 공유
• 서로의 상황 이해
• 숫자로 대화하기
• 감정이 아닌 사실로
단계적 접근
• 한 번에 모든 걸 바꾸려 하지 않기
• 작은 성공 만들기
• 신뢰 쌓기
공정한 분배
• 이익도 함께
• 부담도 함께
• 투명한 기준
지속가능한 구조
• 일회성 아닌 시스템
• 사람이 바뀌어도 유지
• 제도적 뒷받침
2025년 6월, 두 번째 모임.
이번엔 달랐다. 퍼실리테이터가 있었다.
"각자의 입장을 3분씩 들어봅시다. 비판 없이, 그냥 듣기만 합니다."
건물주 A씨: "임대료 동결도 고려할 수 있어요. 대신 장기계약과 세금 감면이 필요해요."
독립카페 B씨: "3년만 버틸 수 있으면, 자리 잡을 자신 있어요."
프랜차이즈 점장 C씨: "저희도 지역 행사 참여하고 싶어요. 본사 설득이 필요하지만..."
본사 담당자 D씨: "상생 매장 시범 운영을 검토 중입니다."
구청 공무원 E씨: "세제 지원과 홍보 지원이 가능합니다."
시민단체 F씨: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협력하겠습니다."
주민 G씨: "조용한 시간만 지켜주면 됩니다."
2시간 후, 작은 합의가 있었다.
망원동 상생 1호 협약:
• 참여 건물 3동
• 임대료 2년 동결
• 재산세 30% 감면
• 야간 영업 자제
• 분기별 점검 회의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시작이다.
2025년 가을, 망원동.
작은 변화가 보인다.
• 상생 협약 건물 10동으로 확대
• 개인가게 생존율 상승
• 주민 만족도 개선
• 갈등 감소
각자의 변화:
건물주 A씨: "세금 감면이 도움이 되네요. 임대료 욕심 부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개인카페 B씨: "2년 동결 약속 덕분에 계획을 세울 수 있어요. 희망이 생겼어요."
프랜차이즈 점장 C씨: "지역 행사 참여하니까 단골도 늘고, 적대감도 줄었어요."
주민 G씨: "밤 10시 이후 조용해져서 좋아요. 젊은이들과도 인사하게 됐고요."
• 이해관계자는 적이 아니다
• 각자의 합리성이 있다
• 대화로 교차점을 찾을 수 있다
• 작은 시작이 큰 변화를 만든다
임대인의 안정 상인의 기회 본사의 혁신 행정의 성과 시민단체의 정의 주민의 평화
모두 가능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함께라면.
다음 이야기에서는 가장 뜨거운 논쟁, '프랜차이즈는 정말 악인가?'를 다룰 것이다.
편견을 넘어 진실로. 적대를 넘어 공존으로.
도시는 영원한 베타버전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공동 개발자다.